젠슨 황(Jensen Huang) 엔비디아(NVIDIA) 최고경영자(CEO)가 다음 달 5일 서울을 방문해 국내 주요 대기업 총수들과 인공지능(AI) 협력 확대를 논의한다. 재계와 외신에 따르면 황 CEO는 6월 1~4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리는 엔비디아 AI 컨퍼런스 ‘GTC 타이베이 2026’ 일정을 끝낸 직후 서울로 이동해, 최태원 SK그룹 회장·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구광모 LG그룹 회장·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각각 비공개 회동을 가질 예정이다. 이번 방한은 지난해 10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 이후 약 7개월 만이다.
이번 회동의 핵심 의제는 피지컬 AI(Physical AI)다. 피지컬 AI란 공장·자동차·로봇·물류 등 실제 산업 현장에 AI를 적용하는 기술을 뜻한다. SK그룹의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AI 가속기에 필수적인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하는 핵심 파트너로, 양측 간 차세대 메모리 공급 및 AI 인프라 협력 방안이 주요 의제에 오를 전망이다. 현대차그룹과는 자율주행과 스마트팩토리,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의 협력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보스턴다이내믹스를 통해 로봇 사업을 키우고 있어 엔비디아의 로보틱스 AI 플랫폼과의 접점이 넓다. 네이버는 클라우드와 디지털트윈, AI 플랫폼을 갖춘 만큼 산업 현장에 AI를 적용하는 플랫폼 파트너 역할이 기대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해외 일정으로 이번 회동에 불참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삼성전자는 HBM 공급망 진입과 차세대 AI 반도체 협력에서 주요 후보군으로 평가된다.

지금까지 엔비디아의 한국 전략은 SK하이닉스·삼성전자로 대표되는 반도체 공급망 관리에 집중돼 있었다. 그러나 AI 패권 경쟁의 무게 중심이 데이터센터에서 공장·도로·로봇으로 이동하면서 한국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엔비디아가 추진하는 ‘피지컬 AI’ 생태계 확장에 있어 한국은 대체 불가능한 파트너”라며 “스마트팩토리, 로보틱스, 자율주행 인프라를 모두 갖춘 한국 기업들과의 결합은 엔비디아가 산업 지배력을 강화하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만이 엔비디아 AI 반도체 생산의 핵심 거점이라면, 한국은 그 반도체를 실제 산업으로 확장할 파트너라는 구도다.
황 CEO의 6월 방한은 GTC 타이베이에서의 공식 발표 직후 이뤄진다는 점에서 대만·한국을 잇는 아시아 전략의 연장선으로 읽힌다. 이번 서울 회동은 비공개로 진행되며 장소는 엔비디아 측이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AI 반도체 공급처를 넘어 로봇·모빌리티·스마트팩토리 전반으로 협력 범위를 넓히려는 엔비디아의 행보가 한국 산업계에 어떤 구체적 성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