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NVIDIA) 최고경영자(CEO)가 방한 기간 중 LG그룹, 현대자동차그룹, 두산 등 국내 주요 제조 대기업들과 로봇 및 자율주행 분야의 협력을 연이어 확정했다. 황 CEO는 방한 직전 대만 컴퓨텍스 2026 무대에서 “한국은 엔비디아 생태계의 핵심”이라고 밝힌 바 있으며, 이번 회동은 제조 기반을 엔비디아의 소프트웨어 플랫폼에 결합시키는 전략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를 찾은 황 CEO는 구광모 LG그룹 회장 및 최고경영진과 만나 로봇 공동 개발 방안을 확정했다. 양사는 엔비디아의 로봇 개발 기반 모델인 아이작 GR00T(Isaac GR00T)를 토대로 한 레퍼런스 로봇 개발과 자율주행 플랫폼 드라이브 하이페리온(Drive Hyperion) 적용을 추진하기로 했다. 황 CEO는 LG의 액추에이터·센싱 모듈·배터리 등 제조 역량을 거론하며 로봇과 AI, 모터 기술을 함께 발전시키겠다는 뜻을 밝혔다. 현대자동차그룹도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통해 피지컬 AI(Physical AI) 분야에서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두산로보틱스는 협동로봇 분야에서 전방위 파트너십을 추진 중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이 엔비디아가 대규모 언어 모델(LLM) 중심 소프트웨어 시장을 넘어, 물리적 공간에서 작동하는 피지컬 AI 생태계를 선점하려는 전략의 일환이라고 본다. 엔비디아의 자율주행·로봇 제어 운영체제인 아이작(Isaac)과 하이페리온(Hyperion)이 한국 제조업체의 하드웨어에 이식되면, 쿠다(CUDA) 기반 소프트웨어 생태계와의 의존 관계가 고착화돼 국산 반도체나 독자 플랫폼으로의 전환이 어려워진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현재 네이버와 삼성전자가 추진 중인 독자 AI 반도체 ‘마하(MACH)’ 개발, 리벨리온의 NPU 기반 칩 사업 등 탈엔비디아 흐름과 충돌하는 구도다.
일각에서는 스마트폰 시대에 삼성 등 국내 제조사들이 세계 최고 수준의 하드웨어를 생산하고도 iOS·안드로이드를 쥔 애플·구글에 플랫폼 수익을 넘겼던 전철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AI 시대에도 소프트웨어 플랫폼 주도권을 잃으면 막대한 인프라 투자에도 불구하고 핵심 수익이 미국 플랫폼 기업으로 흘러들 수 있다는 경계다. 하드웨어 공급망 참여와 독자 소프트웨어·칩 생태계 육성을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