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 연구에서 가장 큰 두 가지 병목은 어떤 유전 경로를 실험할지 정하는 일과, 그 실험이 쏟아내는 방대한 데이터를 해석하는 일이다. 두 생물학자가 구글의 Co-Scientist를 활용해 이 두 병목을 한꺼번에 돌파하고 있다. 이들의 실험실은 수천 개의 유전자를 켜고 끄는 대규모 유전 스크리닝을 수행하며, 그에 따라 세포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관찰한다. 목표는 세포를 노화와 연관된 손상 상태인 노쇠(senescence)에서 벗어나 피부·모발·근육 같은 조직에서 더 젊은 상태로 밀어내는 변화를 찾는 것이다.
Co-Scientist는 두 방향에서 도움을 준다. 첫째, 단서를 생성한다. 연구진이 노화를 되돌릴 수 있는 인자를 과학 문헌에서 찾아달라고 요청하자, 이 도구는 수만 편의 논문을 훑고 수많은 가설을 검토한 끝에 실험해볼 만한 20개 이상의 새롭고 그럴듯한 유전 인자를 제안했다. 실험실 검증 결과 그중 일부 가설이 실제로 확인됐고, 추천된 인자들이 세포를 더 젊은 상태로 이끌며 전반적 기능을 개선하는 데 성공했다.

둘째, 후속 작업의 속도를 높인다. 대규모 스크리닝 결과가 나오면 연구진은 방대한 데이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떤 방향이 추구할 가치가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실험 결과를 수년간 흩어져 쌓인 과학 문헌과 연결하는 이런 분석은 연구자 한 명에게 최대 6개월까지 걸릴 수 있다. Co-Scientist가 스크리닝 데이터를 문헌과 함께 분석하도록 하자, 이 작업은 단 며칠로 단축됐다.
연구자는 이 도구를 쓰는 경험이 마치 50명의 팀이 곁에서 하루 만에 모든 작업을 해주는 것 같다고 표현했다. 일반적인 실험실 환경에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규모의 작업이다. 생물학에는 아직 풀리지 않은 질문이 수없이 많으며, 패러다임을 바꿀 만한 기념비적 발견을 찾고 있는데 Co-Scientist가 그런 발견을 가능하게 해줄 것이라는 기대도 함께 밝혔다.
한국의 바이오·헬스케어 연구 현장에도 이 사례는 직접적인 함의를 준다. 국내 대학·병원·제약사 연구실 역시 폭증하는 문헌과 실험 데이터 앞에서 분석 인력 부족과 시간 부족에 시달린다. AI가 가설 후보를 추려주고 데이터-문헌 연결 작업을 며칠 단위로 압축해주면, 노화·재생의학 같은 장기 연구의 반복 주기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다만 AI가 제시한 가설은 반드시 실험 검증을 거쳐야 한다는 원칙을 지키는 것이 신뢰성 확보의 전제이며, 국내 연구 생태계도 AI 도구의 활용 가이드라인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