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출현하는 감염병의 대부분은 에볼라, HIV, 독감, 코로나19처럼 동물에서 인간으로 건너뛰는 병원체에서 비롯된다. 한 대학의 교수는 구글의 Co-Scientist를 활용해, 병원체가 종 사이를 넘나들 때 인간에게 패혈증 같은 중증 질환을 일으키는 분자 스위치를 추적하고, 이를 막을 새로운 접근법을 찾고 있다.
연구자는 먼저 조류와 인간의 독감을 연구한 자신의 연구 제안서 요약을 Co-Scientist에 입력해 도구를 시험했다. 그러자 도구는 유망한 가설들을 생성하고 순위를 매겼는데, 일부는 이미 고려했던 것이었지만 일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가장 생각을 자극한 것은 바로 그 낯선 가설들이었다. 연구비를 확보한 뒤에는 상세한 제안서 전문을 입력했고, 이동 중 출력 결과를 읽다가 도구가 자신의 관심 신호 경로 여러 개와 연결되는, 미처 주목하지 못했던 단백질을 우선순위로 꼽은 것을 보고 ‘아하’ 하는 순간을 경험했다고 한다.

이후 연구실로 돌아온 연구자는 미공개 자료를 추가로 입력했으며, 이 자료는 Co-Scientist 안에서 기밀로 유지됐다. 주고받는 과정이 거듭될수록 가설은 점점 날카로워져, 후보 단백질 수준에서 연구실이 실험을 집중할 수 있는 구체적인 아미노산 단위까지 좁혀졌다. AI와의 반복적 대화가 막연한 연구 질문을 실험 가능한 표적으로 정교화한 것이다.
연구팀은 이제 정제된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해당 아미노산 변이를 담은 세포주를 구축하고 있다. 정확한 아미노산을 식별하는 단계까지 도달하는 데에는 보통 2~3년의 실험 작업이 필요하지만, 만약 Co-Scientist와의 작업이 올바른 표적으로 이끌었다면 이 연구실은 단 6개월 만에 그 단계를 마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자는 이 도구가 출판된 전체 문헌과 온라인 자료를 끌어모아 더 나은 질문을 던지도록 돕고, 데이터가 풍부한 분야에서 놓칠 만한 것을 잡아내 우선순위를 매겨준다고 평가했다.
한국의 감염병 대응·연구 역량 측면에서도 이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신종 감염병은 예측이 어렵고 초기 기전 규명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AI가 문헌을 종합해 표적을 아미노산 수준까지 좁혀주면 백신·치료제 개발의 선행 연구 기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 국내 감염병 연구기관과 대학도 이런 AI 협업 도구를 도입하되, 기밀 데이터 보호와 가설의 실험 검증이라는 원칙을 함께 지켜 신뢰할 수 있는 연구 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