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매우 다른 도구로 인간 생물학에 접근하는 두 연구자가 있다. 한 사람은 기계공학자로, 자발적 움직임에 영향을 주는 질병을 모델링하기 위해 살아 있는 신경·근육 조직을 만든다. 또 한 사람은 화학생물학자로, 세포 표면의 RNA를 지도화해 그것이 세포 간 소통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병원체가 어떻게 침입하는지 살핀다. 구글의 Co-Scientist가 이 두 연구실을 잇는 다리가 되고 있다.
기계공학자가 자신의 전문 영역 밖인 루게릭병(ALS) 연구에 뛰어들기로 했을 때, 그는 보통 파악하는 데 몇 달이 걸리는 방대하고 모순된 문헌과 마주했다. Co-Scientist는 그 작업을 압축해, 자신의 조직 모델과 관련해 근거를 빠르게 따져보고 아이디어를 검증 가능한 가설로 바꾸며, 실현 가능성과 위험-보상 같은 실제 연구실이 직면하는 트레이드오프에 맞춰 잠재적 방향에 순위를 매기도록 도왔다.

그런데 Co-Scientist가 제시한 최고의 단서들에는 한 가지 걸림돌이 있었다. 세포 표면에서 일어나는 일, 즉 세포 소통의 상당 부분이 매개되는 영역과 관련된 것이었다. 기계공학자는 조직을 조작하고 결과를 측정할 수는 있었지만, 그 신호를 이끄는 분자 상호작용을 해독하는 일은 자신의 전문 분야 밖이었다. 바로 이 간극이 협업의 촉매가 됐다.
기계공학자는 새로운 연구 방향을 화학생물학자에게 가져갔고, 두 사람은 Co-Scientist를 반복적으로 활용해 도구의 가장 좋은 아이디어들을 결합하고 서로 다른 도구를 하나로 묶는 창의적 연구 경로를 만들어냈다. 이들의 탐색은 이제 ALS를 표적으로 삼을 수 있는 새로운 RNA 기반 기전, 나아가 RNA 기반 약물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한 연구자는 과학은 팀 스포츠이며, Co-Scientist 혼자서도 자신 혼자서도 과학을 할 수 없지만, 도구가 생각을 구조화해 다른 전문가와 협력자에게 무엇을 물어야 할지 알게 해준다고 말했다.
한국의 융합 연구 환경에도 이 사례는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난치성 질환 연구는 흔히 한 분야의 전문성만으로는 풀리지 않아 학제 간 협업이 필수지만, 서로 다른 분야의 언어와 문헌을 잇는 데 큰 비용이 든다. AI가 한 연구자의 전문 영역 밖 문헌을 종합하고 어떤 협력자에게 무엇을 물어야 할지 구조화해주면, 국내 연구진의 학제 간 협업이 훨씬 수월해질 수 있다. AI를 협업의 촉매로 활용하되 최종 판단과 검증은 사람이 맡는다는 원칙이, 신뢰할 수 있는 융합 연구의 핵심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