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리노이주 의회가 2026년 5월 28일 인공지능 안전법 SB 315를 하원 110 대 0, 상원 52 대 5의 압도적 표차로 통과시켰다. J.B. 프리츠커(J.B. Pritzker) 주지사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서명 의사를 밝혔으며, 이 법안은 미국에서 프론티어 AI(최첨단 AI) 모델의 외부 독립 감사를 법으로 강제한 최초 사례가 됐다. 연방 정부가 AI 규제 주도권을 사실상 내려놓은 상황에서 주정부 차원의 AI 책임 법제화 흐름이 본격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SB 315는 연 매출 5억 달러 이상이거나 일정 규모 이상의 컴퓨팅 자원을 사용하는 프론티어 AI 개발사를 적용 대상으로 삼는다. 해당 기업들은 공개 안전 계획을 수립하고 독립 제3자 기관에 의한 연 1회 안전 감사 결과를 공시해야 한다. 중대한 안전 사고가 발생하면 72시간 이내에 주 당국에 보고해야 하며, 인명 피해 위험이 임박한 경우는 24시간 이내로 신고 기한이 단축된다. 안전 위험을 제보하는 직원은 내부고발자 보호법에 따라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명시적으로 보호받는다. 위반 기업에는 최대 300만 달러의 벌금이 부과되며, 법안의 발효 시점은 2028년으로 예정돼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규제 대상인 OpenAI와 앤트로픽(Anthropic) 양사가 이 법안을 공개 지지했다는 사실이다. OpenAI의 글로벌 정무 최고책임자 크리스 러헤인(Chris Lehane)은 일리노이와 유사한 법안을 다른 주에서도 통과시키기 위해 적극 활동 중임을 밝혔는데, 이는 주마다 규제 내용이 제각각인 상황을 피하려는 전략적 판단으로 해석된다. 앤트로픽의 주·지방 정부 관계 담당 세사르 페르난데스(Cesar Fernandez)는 SB 315의 요구 사항이 주요 AI 개발사들이 이미 자발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안전 검증 절차와 사실상 동일하다고 설명하면서, 이 법이 “모든 선도적 AI 개발사가 반드시 충족해야 할 기준선”을 공식화하는 의미를 가진다고 평가했다.
SB 315의 통과는 연방 AI 규제 공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나왔다.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 정부의 프론티어 AI 모델 사전 검토 계획을 전면 철회한 직후여서 주정부들이 그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맡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리노이의 이번 입법은 AI 자체 안전 선언을 외부 독립 기관이 법적 강제력을 갖고 검증하는 체계를 미국 내에서 처음으로 확립한 선례가 됐다. 한국에서 AI 기본법 논의와 AI 안전 평가 체계 설계가 진행 중인 시점에서도 주목할 만한 비교 기준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