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리노이주 의회가 수요일 프런티어 AI 모델의 안전성 검증을 의무화하는 SB 315 법안을 통과시켰다. 주지사 J.B. 프리츠커는 X를 통해 서명 의사를 확인하며 “일리노이가 빅테크에 책임을 묻는 데 미국을 선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AI가 책임감 있게 사용되도록 의회와 협력해 SB 315에 서명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주목할 점은 이 법으로 모델 검증 대상이 되는 오픈AI와 앤트로픽이 모두 법안을 지지했다는 사실이다. 이런 태도는 대형 AI 기업이 자신들은 쉽게 충족할 수 있지만 소규모 기업에는 큰 부담이 되는 규제로부터 오히려 이득을 볼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한 비영리 단체 정책국장은 이 법이 딜로이트·EY·KPMG·PwC 등 4대 회계·감사법인의 독립 감사에 의존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법안을 발의한 한 민주당 하원의원은 이 법이 “최악의 파국적 위험으로부터 사회를 보호할 가드레일과 안전장치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연방정부가 의미 있는 보호 장치 마련을 미루지 않았다면 결코 법안을 발의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본래 이런 파국적 위험 규제는 연방 차원에서 다루는 것이 최선”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의회가 손을 놓고 있는 사이 기술이 빠르게 발전해 주 정부가 나설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법안에 반대한 한 업계 단체 대표는 “검증되지 않은 감사관에게 민감한 시스템을 노출시키는, 책임만 있고 기준은 없는 규제 체제”라고 비판했다. 반면 또 다른 공동발의 상원의원은 “혁신을 막으려는 것이 아니라 AI의 큰 잠재력과 잠재적 해악의 균형을 맞추려는 것”이라며 “파국적 위험을 막기 위한 책임 있는 혁신의 로드맵”이라고 반박했다. 프리츠커가 서명하면 AI 기업은 2027년 1월 1일부터 법 적용을 받으며, 사적 소송권은 없지만 위반 시 민사 처벌 대상이 된다.
연방 차원의 통일된 AI 규제가 공전하는 사이 주 정부가 독자적으로 안전검증을 제도화하는 흐름은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규제가 파편화되면 글로벌 AI 기업은 가장 까다로운 관할권 기준에 맞춰 제품을 설계하게 되고, 이는 사실상의 글로벌 표준으로 작동할 수 있다. 한국 역시 AI 기본법 시행을 앞두고 있는 만큼, 대기업에는 유리하고 스타트업에는 진입장벽이 되는 규제 설계의 비대칭성을 경계하며 검증 부담을 합리적으로 분배하는 제도 설계가 요구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