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이 첨단 AI 모델을 공개 전 정부가 시험할 권한을 부여하는 행정명령(EO) 서명식을 지난 목요일 서명 몇 시간 전 돌연 취소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트럼프는 주요 AI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서명식에 참석하기를 바랐으나, 일부가 일정을 맞추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행사를 접었다. 다만 그가 CEO들에게 통보한 시간은 24시간에 불과했다. 일정을 급히 조정해 백악관으로 향하던 일부 임원들은 비행 도중에 행사가 무산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세마포어 보도에 따르면 오픈AI(OpenAI)는 서명을 지지한 반면, xAI 창업자 일론 머스크와 메타 CEO 마크 저커버그는 트럼프에게 취소를 권하며 행정명령을 무산시키는 데 일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3월 특별정부직원 지위가 만료된 트럼프의 전 AI 자문 데이비드 색스도 서명 연기를 압박하는 데 가담했다고 세마포어는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기술 업계는 안전 시험이 모델 출시를 늦추거나 모델 개발을 후퇴시킬 변경을 요구할 것을 우려해 행정명령에 반대하는 로비를 벌였다. 머스크는 자신이 취소에 개입했다는 보도를 X에 글을 올려 거짓이라며 부인했고, 해당 행정명령 내용도 알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재집권 이후 AI 규제에 손을 떼는 기조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행정부 일부 인사들은 앤트로픽(Anthropic)이 최신 모델 미토스(Mythos)와 관련한 사이버보안 위험을 알린 뒤 불안을 느껴 안전 시험을 권고하기 시작했다. 이들의 계획은 자발적 정부 시험과 첨단 모델 검증에 참여하는 기업 수를 트럼프가 늘리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번 무산은 자발적 검증의 틀을 확대하려던 시도가 업계 반발에 부딪혀 좌초된 사례로 남게 됐다.
이번 사건은 미국 연방 차원의 AI 안전 규제가 업계 의향에 크게 좌우되는 현실을 드러낸다. 정부 주도 사전검증은 안전성을 높일 수단으로 거론되지만, 기업들은 출시 지연과 개발 위축을 이유로 경계한다. 자발적 참여에 기댄 접근은 핵심 기업이 빠지면 실효성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한계도 함께 노출됐다. 연방 규제가 표류하는 사이 일부 주(州)는 독자적 AI 안전 입법에 나서고 있어, 미국 AI 거버넌스의 주도권을 둘러싼 긴장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 규제 향방은 글로벌 AI 기업을 상대하는 한국 산업·정책 당국에도 직접적 변수로 작용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