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월 21일 예정됐던 AI 행정명령 서명식을 불과 몇 시간 전에 취소한 이후, 백악관 내에서 해당 명령을 부활시킬 방법을 모색하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여러 관계자에 따르면 이 과정은 실리콘밸리 주요 기업인들과 행정부 관료들 사이에서도 혼란스럽다는 평가가 나올 만큼 진통을 겪고 있다. 일부 AI 경영진은 개정된 행정명령이 어떤 내용을 담을지, 또는 서명이 실제로 이뤄질지조차 불투명하다고 사석에서 털어놓고 있다.
취소된 행정명령의 핵심은 앤트로픽(Anthropic)·오픈AI(OpenAI)·구글 같은 AI 연구소들이 신규 모델을 공개하기 전에 백악관에 사전 접근 권한을 제공하고 사이버보안 역량을 평가받는 자발적 협력 체계를 만드는 것이었다. 일부 AI 기업 대표들은 공개 최대 90일 전에 모델을 제출하는 방안이 현실적으로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점도 우려로 제기했다. 트럼프는 행정명령이 국내 경쟁을 제한하고 중국과의 AI 경쟁에서 미국의 우위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서명을 보류했다.
행정명령 부활을 지지하는 쪽은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이 이끌고 있으며,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과 사이버안보 국장 션 케언크로스도 합류해 있다. 베센트 장관은 최근 앤트로픽 CEO 다리오 아모데이를 비롯한 AI 경영진과 면담하며 돌파구를 모색했고, 중국과의 국제 AI 규제 협상에서도 주도적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트럼프의 전 AI 총괄인 데이비드 색스는 행정명령이 혁신에 과도한 부담을 준다며 대통령을 설득해 서명을 막은 주역으로 알려졌다. 그는 최근 소셜미디어를 통해 “불필요한 규제가 미국 AI 혁신의 가장 큰 위협”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상무장관 하워드 러트닉은 산하 기관 CAIS(AI 표준·혁신센터)를 통해 프런티어 모델에 대한 사전 접근 권한을 이미 확보하고 있어 행정명령 협의 과정에 소극적으로 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도 행정명령 논의보다는 프런티어 모델 접근 보장에 더 큰 관심을 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행정부 관계자는 “내부 갈등을 해소하더라도 결국 트럼프를 설득해야 한다”고 익명으로 밝혔다. AI가 소프트웨어 취약점 탐지 등에서 국가 안보와 직결될 만큼 성능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미국 내 AI 규제 방향이 어디로 수렴할지는 당분간 불확실한 상태로 남을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