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리노이주가 전국에서 가장 강력한 수준의 AI 안전법을 통과시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로 연방 정부에 프런티어 AI 모델 심사 권한을 주려던 계획을 돌연 철회한 지 며칠 만이다. 연방 차원의 규제가 후퇴한 자리를 주(州) 단위 입법이 메우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수요일 일리노이 의회를 통과한 SB 315는 J.B. 프리츠커 주지사가 서명하면 발효된다. 법안에 따르면 대형 AI 기업은 공개 안전 계획과 함께, 프런티어 모델에 대한 독립적 제3자 안전성 시험 결과를 요약한 연례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또 중대한 안전 사고는 72시간 이내에, 사망이나 심각한 신체 피해의 임박 위험이 있으면 24시간 이내에 주에 보고해야 한다. 내부 직원이 신생 안전 위험을 알릴 수 있는 통로도 마련되며, 주 내부고발자 보호법의 보호를 받는다.

프리츠커 주지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서명 의사를 확인하며 일리노이가 빅테크에 책임을 묻는 데 앞장서고 있다고 밝혔다. 주목할 점은 규제 대상인 오픈AI와 앤트로픽이 모두 이 법을 지지했다는 사실이다. 오픈AI의 글로벌 정책 책임자는 다른 주에서도 유사 법안 통과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이는 주마다 크게 다른 규제가 누더기처럼 난립하는 상황을 피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앤트로픽의 주·지방정부 관계 책임자는 법의 요건이 선도 AI 기업들이 이미 자발적으로 수행하는 안전 시험 절차를 반영한다면서도, 이 법이 모든 선도 개발사가 충족해야 할 ‘기준선’을 세운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자발적 약속을 법적 의무로 끌어올린 셈이다.
이번 입법은 한국의 AI 정책 논의에도 시사점이 적지 않다. 한국은 AI 기본법 체계를 갖추는 단계에 있는데, 일리노이 사례는 안전성 검증을 누가 어떻게 수행하고 그 결과를 어떻게 공개할지를 구체적 의무로 못 박았다는 점에서 차별적이다. 독립적 제3자 시험, 사고 발생 시 보고 시한, 내부고발자 보호라는 세 축은 규제 집행력을 좌우하는 요소이지만 추상적 원칙 선언에 머물기 쉬운 대목이기도 하다. 규제 대상인 빅테크가 오히려 누더기 규제를 피하기 위해 단일 기준선을 지지하고 나선 점도 주목할 만하다. 산업계 수용성과 규제 실효성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한국 입법 설계에 일리노이의 의무화 방식은 참고할 만한 사례로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