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가 엔비디아 기술 스택을 기반으로 유럽 인공지능 인프라의 핵심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2026년 6월 파리에서 열린 VivaTech 2026에서 공개된 성과를 보면, 1년 전 GTC Paris에서 선언한 AI 야망이 실물 인프라로 구현되는 단계에 진입했다는 것이 명확하다. AI 스타트업과 대기업, 정부 기관이 엔비디아 Blackwell 플랫폼을 공통 기반으로 삼아 컴퓨팅 용량, 오픈 모델, 산업 적용이라는 세 축을 동시에 쌓아가고 있다.
인프라 측면에서 가장 구체적인 성과는 Mistral AI에서 나왔다. Mistral은 프랑스 북부 브뤼예르-르-샤텔에 44MW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건설해 1만 8000개의 엔비디아 GB200 시스템을 탑재한 첫 번째 구성을 가동했다. 2027년까지 유럽 전역에 200MW의 컴퓨팅 용량을 구축하는 로드맵의 첫 단계다. 하드웨어 제조 면에서는 Bull(프랑스)과 Foxconn(대만)이 엔비디아 Vera Rubin NVL72 시스템의 유럽 내 생산을 공식화했다. 오픈 모델 생태계도 확장되고 있다. LINAGORA는 엔비디아 Nemotron과 NeMo 라이브러리를 활용해 프랑스어 특화 모델 ‘Luciole’ 시리즈(1B·8B·23B)를 사전 학습했고, Pleias는 프랑스·벨기에 인구통계와 문화적 맥락을 반영한 합성 페르소나 데이터셋을 개발했다.

산업 적용 면에서는 사노피(Sanofi), 오렌지 비즈니스(Orange Business), 스텔란티스(Stellantis), 토탈에너지(TotalEnergies), 로레알(L’Oréal) 등 대형 기업들이 AI 에이전트를 실제 운영에 투입하기 시작했다. 사노피는 연구개발부터 제조, 상업화, 조달, IT까지 가치사슬 전반에 AI 에이전트를 배치했다. 토탈에너지는 Dell·엔비디아와 함께 지진 탐사 이미지 처리와 AI 연구를 위한 차세대 슈퍼컴퓨터 ‘판게아 5(Pangea 5)’를 구축 중이다. 로레알은 생성 AI와 3D 디지털 트윈을 결합한 CreAltech 플랫폼으로 글로벌 브랜드 일관성을 유지하며 콘텐츠 생산 규모를 키우고 있다.
프랑스의 이 같은 행보는 유럽 AI 주권 전략의 실험장이라는 점에서 넓은 맥락에서 읽어야 한다. EU AI법, GDPR, 데이터 국경 요건 등 복잡한 규제 환경 속에서 미국·중국 대비 경쟁력을 유지하려는 유럽의 접근은 ‘오픈 모델 + 로컬 인프라 + 엔비디아 GPU’의 조합으로 수렴하고 있다. 폐쇄형 클라우드에 의존하지 않고 데이터 주권을 지키면서도 최신 AI 성능을 확보할 수 있다는 논리다. 엔비디아가 프랑스와 유럽에서 보여주는 전략은 단순한 하드웨어 판매를 넘어 AI 생태계 설계자로의 역할 확장이다.
한국 입장에서 프랑스의 사례는 두 가지 시사점을 준다. Bull과 Foxconn이 엔비디아 Vera Rubin NVL72 조립 거점이 된 것처럼, 국내 제조업체가 글로벌 AI 가속기 공급망의 일부가 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이 하나다. 또 Luciole처럼 언어·문화에 특화된 오픈 모델 개발에 국가 슈퍼컴퓨터 자원을 투입하는 전략은 한국어 AI 모델 경쟁력 강화에도 참고할 만하다. 프랑스가 2027년까지 예고한 200MW 컴퓨팅 용량 목표를 실제로 달성하는지, 그리고 유럽 AI 기가팩토리 입찰에서 프랑스 컨소시엄이 어떤 성과를 내는지가 이 실험의 다음 이정표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