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Apple)이 올가을 출시 예정인 iOS 27 및 macOS 27에서 음성 비서 시리(Siri)를 기존의 화면 하단 그래픽 인터페이스 방식에서 벗어나 완전히 독립된 AI 챗봇 애플리케이션으로 분리·재설계한다. 블룸버그 통신 등 복수의 외신이 20일(현지시간) 전한 내용에 따르면, 애플은 차세대 운영체제 빌드에서 시리의 구동 아키텍처를 챗GPT(ChatGPT) 스타일의 전용 독립형 앱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최종 확정한 상태다.
새로운 독립형 시리 앱은 사용자와의 대화 기록을 그리드 및 리스트 뷰 형태로 상시 저장하는 메인 페이지를 제공한다. 개별 채팅 인터페이스 안에서는 텍스트·음성은 물론 이미지 등 파일 첨부 입력을 네이티브 수준에서 모두 지원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특히 주목할 기능은 ‘챗봇 픽커(Chatbot Picker)’ 메커니즘이다. 시리 기본 엔진 외에도 오픈AI의 챗GPT, 구글, 앤트로픽 등 서드파티 AI 서비스로 유연하게 전환할 수 있도록 개발자 전용 아키텍처를 앱 내부에 심어뒀다. 아이클라우드(iCloud) 동기화와 결합해 아이폰·맥·아이패드 간 대화 맥락도 끊김 없이 이어가도록 연산 흐름을 일원화했다.

하드웨어 측면에서도 변화가 예고됐다. 차세대 독립형 시리 앱의 고도화된 컨텍스트 분석과 음성 가속화를 위해서는 대용량 메모리 대역폭이 필수적인 만큼, 올 하반기 출시될 아이폰 18 프로 라인업의 기본 DRAM 용량을 기존 대비 상향된 12기가바이트(GB) 규격으로 전면 가동할 방침이다. 유럽연합(EU)의 디지털시장법(DMA) 규제가 서드파티 개방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애플은 독립형 앱 내부의 스위칭 메커니즘을 통해 규제 요구사항을 수용하겠다는 전략적 판단도 내렸다.
이번 시리의 독립형 앱 전환은 애플이 자체 온디바이스 AI 프레임워크인 애플 인텔리전스(Apple Intelligence)의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하고 사용자 락인(Lock-in)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지금까지 시리는 스마트 스피커·아이폰의 백그라운드 음성 비서 기능에 머물러 있었으며, 경쟁사인 구글 어시스턴트나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에 비해 AI 기능의 가시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애플 인텔리전스 시리 AI 기능 업데이트 과정에서도 드러났듯, 시리의 기능 개선 속도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비판이 반복됐다는 점에서, 이번 독립형 앱 전환은 그 한계를 정면 돌파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긍정적 측면에서 보면, 독립형 시리 앱은 사용자 경험(UX)의 근본적 전환을 가져올 수 있다. 단순히 음성 명령으로 알람을 설정하거나 날씨를 확인하는 수준을 넘어, 챗GPT·제미나이처럼 멀티턴 대화를 통해 복잡한 작업을 처리하는 AI 어시스턴트로 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챗봇 픽커 기능은 서드파티 AI와의 개방적 경쟁 구도를 조성하는 동시에, 애플 생태계 안에서 사용자가 어떤 AI를 선택하더라도 애플 플랫폼을 거치게 만드는 전략적 이중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우려스러운 점도 있다. 서드파티 AI 전환 기능이 실제로 오픈API 연동 수준에서 완성도 높게 구현될지, 아니면 제한적인 형태에 머물지가 아직 불분명하다. 과거 시리의 기능 발표와 실제 출시 간 격차를 경험한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경쟁 구도 측면에서 이번 변화는 AI 챗봇 시장의 판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오픈AI와 구글은 각각 챗GPT와 제미나이 앱을 통해 모바일 AI 시장에서 이미 강력한 사용자 기반을 구축했다. 시리가 독립형 앱으로 전환되면 애플의 20억 명 이상 활성 기기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기본 탑재(Default App) 효과가 전면에 드러난다. 이는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오픈AI나 구글도 쉽게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한국 이용자 입장에서도 국내 아이폰 점유율이 3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독립형 시리 앱이 한국어 지원 품질을 얼마나 끌어올릴지가 실사용 경쟁력을 가를 핵심 요인이 될 것이다. 애플 한국 AI 서비스 출시 일정에 따라 국내 AI 챗봇 시장의 세력 지형도 달라질 수 있다.
한편 미국의 소비 위축 기조와 EU의 디지털시장법(DMA) 규제가 맞물리는 상황에서, 애플이 서드파티 개방을 독립형 앱의 스위칭 메커니즘으로 수용하기로 한 결정은 다층적 의미를 갖는다. 규제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도 자사 플랫폼의 관문 역할을 유지하겠다는 전략으로, 플랫폼 경쟁을 규제하려는 각국 정부와 기술 혁신 사이의 균형점을 모색하는 사례로 주목된다. EU에서 타사 브라우저·앱스토어 개방을 강제당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에는 선제적으로 개방성을 설계에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iOS 27은 올 가을 정식 배포 예정이며, 독립형 시리 앱이 실제 사용자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가 시장의 최대 관전 포인트다. 기능 완성도·한국어 지원 품질·챗봇 픽커의 실질적 개방 범위 등 세 가지 요소가 시리의 부활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시리가 챗GPT·제미나이와 본격적으로 경쟁하는 AI 챗봇으로 자리잡는다면, 이는 모바일 AI 생태계 전체의 경쟁 축을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서비스 품질로 이동시키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