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컴퓨터 인터페이스(Brain-Computer Interface, BCI) 기술이 임상 단계에서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2년 사이 전 세계에서 뇌에 전극을 이식받은 사람의 수가 2배 이상 증가해 약 150명에 이르렀다고 위트레흐트대학교 의료센터(University Medical Center Utrecht)의 BCI 연구자 마리스카 반스티니셀(Mariska Vansteensel)이 밝혔다. 2026년에는 중국이 세계 최초로 BCI를 의료 기기로 공식 승인했으며, 미국 기반 기업과 학술 연구팀도 경쟁적으로 임상시험을 확장하고 있다.
BCI 기술의 현실을 가장 생생하게 보여주는 사례는 ALS(루게릭병) 환자 케이시 해럴(Casey Harrell)이다. 2023년 7월 캘리포니아대학교 데이비스(UC Davis) 연구팀이 해럴의 뇌에 전극을 이식했다. 해럴은 마비 상태여서 명확한 발화가 불가능하지만, 약 3년째 BCI를 통해 “말하고”, 웹을 탐색하고, 기후 활동가로서 업무를 대부분 독립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뇌에 삽입된 전극이 발화와 관련된 전기 신호를 포착하고, 이를 음소(phoneme) 단위로 디코딩해 발화를 예측하는 소프트웨어와 연결된다. 목소리는 해럴 본인의 이전 녹음을 바탕으로 만든 클론 음성이다. 해럴은 이 장치를 “혁명적이지 않을 수 없다”고 표현했다.

업계 현황을 보면, 일론 머스크(Elon Musk)가 창업한 뉴럴링크(Neuralink)가 최근 2년간 21명에게 장치를 이식했다고 2026년 1월 발표했다. 싱크론(Synchron)은 북미와 호주에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며, 상하이 기반 뉴러클(Neuracle)은 2024년 11월 임상시험을 시작하고 최근 임상 외 사용 승인을 받았다. 프리시전 뉴로사이언스(Precision Neuroscience)는 뉴럴링크 전 공동 창업자가 설립한 회사로 뇌 표면에 놓이는 BCI를 시험 중이다. 2024년 집계 논문에서 1998년부터 2023년까지 21개 연구 그룹이 총 67명에게 BCI를 이식한 것으로 확인된 이후 그 숫자는 150명으로 증가했다.
BCI 기술의 가능성과 한계는 동시에 뚜렷하다. 기술은 빠르게 개선되고 있으며, BrainGate 임상시험의 첫 17년이 커서 포인팅과 클릭 수준에 집중했다면 최근 수년은 발화 디코딩으로 전환됐다. 그러나 여전히 근본적인 의문들이 해소되지 않았다. 누구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지, 장치가 얼마나 오래 작동할지에 대한 장기 데이터가 부족하다. ALS 환자에게 이식된 일부 BCI는 처음에는 효과를 보였다가 작동을 멈추는 경우도 있었고 그 원인을 과학자들도 아직 모른다. 뇌와 인터페이스 간 신호 품질이 시간이 지나면서 저하되는 문제도 미해결 과제다.
BCI 연구가 본격적으로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분명하지만, 이 기술이 임상 규모에서 안전하고 지속 가능하게 작동한다는 것을 확인하려면 훨씬 더 많은 데이터와 시간이 필요하다. 한국에서는 고령화 속도와 뇌졸중·ALS·척수손상 환자 수 증가를 고려할 때, BCI가 상용화 단계에 접어드는 시점에 의료·규제 체계가 얼마나 준비되어 있느냐가 관건이다. 중국이 세계 최초로 의료 기기 승인을 내리면서 아시아에서도 규제 경쟁이 시작된 상황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첨단 의료기기 인허가 체계가 뇌 이식 장치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다룰 준비가 돼 있는지 선제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해럴 같은 ‘얼리 어답터’ 자원자들이 있기에 과학이 진전할 수 있으며, 그들의 경험이 쌓일수록 어떤 환자 집단에게 어떤 종류의 BCI가 실질적 도움이 되는지 그림이 구체화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