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로픽(Anthropic)의 다리오 아모데이(Dario Amodei) CEO가 프랑스 에비앙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폐막일 행사에서 민주주의 주요국이 AI 분야에서 결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AI가 잘못된 손에 들어가는 것을 막으려면 민주주의 진영이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하며 ‘분열의 유혹’에 저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Demis Hassabis) CEO 등 AI 업계 핵심 인물들이 나란히 참석했다. AI 기업 수장들이 G7 정상급 외교 무대에 공식 참석한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로, AI 안보가 국제 정치의 핵심 어젠다로 격상됐음을 상징한다.
G7 정상들은 중국과의 AI 패권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서방 주요국이 공동으로 AI 안보 체계를 구축하는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Trusted Partner)’ 제도 도입 여부를 논의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허사비스 CEO는 “민주주의 동맹이 분열되면 생화학 테러나 사이버 보안 위기 같은 상황에서 공동 대응이 어려워진다”고 우려했으며, 올트먼 CEO는 “모든 G7 국가에 사이버 방어 도구가 제공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같은 시기 앤트로픽과 AI 안전성 확보 및 사이버보안 분야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번 발언이 주목받는 이유는 미국 빅테크 AI 기업 수장들이 처음으로 G7 정상급 자리에서 한목소리로 ‘서방 AI 동맹’ 구축을 공개 촉구했기 때문이다. AI 기업들이 스스로 안보 위험을 인정하고 다자 규제 프레임을 요청하는 역설적 구도는 주목할 대목이다. 이는 AI 기업의 이익과 국가 안보 의제가 일치하는 지점을 전략적으로 활용해 규제 논의를 선점하려는 의도로 볼 수도 있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일각에서는 AI 기업들이 규제를 촉구하면서도 실제 기술 이전이나 공개를 꺼리는 이중 태도를 지적한다.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 제도 역시 미국 주도의 AI 기술 접근 통제 메커니즘으로 기능할 우려가 있다.
한국 입장에서 이번 G7 논의는 복합적인 함의를 갖는다. 미국 주도의 AI 안보 협력 체계에 참여할 경우 첨단 AI 기술과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질 수 있지만, 동시에 중국과의 AI 기술 교류에는 제약이 생길 수 있다. 한국이 G7 회원국은 아니나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 제도의 적용 범위에 어떻게 편입되느냐가 국내 AI 기업의 글로벌 사업 환경을 좌우할 변수가 된다. 미국의 AI 수출 통제 정책이 강화될수록 한국 AI 기업들이 글로벌 기술 접근성을 유지하기 위한 외교적 포지셔닝이 더욱 중요해진다.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 제도의 설계와 가입 조건, 운영 방식이 어떻게 정해지느냐에 따라 글로벌 AI 지형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중국을 배제한 채 서방만의 AI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AI 거버넌스의 장기적 안정에 얼마나 기여할지도 불확실하다. G7에 참여하지 않는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이 이 협력 체계에서 소외될 경우 AI 접근 격차가 국제 불평등의 새로운 축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로 제기된다. 이번 G7 논의가 단발성 선언으로 끝나지 않고 제도화로 이어지는지 여부를 다음 G7 정상회의까지의 과정에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