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프랑스 알프스의 에비앙레뱅(Évian-les-Bains)에서 열린 G7 정상회의는 전례 없는 장면을 연출했다. 세계 주요 민주주의 국가 정상들 곁에 오픈AI의 샘 알트먼(Sam Altman), 앤트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Dario Amodei),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하사비스(Demis Hassabis)가 나란히 자리했다. 이들 AI 기업 CEO들은 각국 정상들과 양자 회담(빌라트, bilat)을 갖고, 프랑스 국기를 배경으로 대통령이나 총리가 앉는 자리에서 사진을 찍었다. AI 기업이 사실상 국가에 준하는 권력체로 공식 인정받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과거 글로벌 기업 CEO들이 다보스 포럼 같은 별도 민간 행사에서 정상들을 만나던 것과 달리, 이번엔 G7이라는 국가 간 공식 외교 무대 자체가 AI 기업 수장들을 불러들였다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의 오른쪽에는 알트먼이, 왼쪽에는 노벨상 수상자이기도 한 하사비스가 앉았다.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Emmanuel Macron)은 아모데이, 세일즈포스 CEO 마크 베니오프(Marc Benioff)와 나란히 자리했다. 알트먼은 회의장 입장 과정에서 전 세계 장관들과 각료들이 시선을 집중할 만큼 주목을 받았으며, 다수 정상들과 잇달아 양자 회담을 진행했다. 이들의 G7 참석은 단순한 자문이나 연설 초청이 아니라 의사결정 과정에 실질적으로 참여하는 형태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기업-정부 관계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비공개로 진행된 오찬 회의에서 세 AI 최고경영자들은 공통적으로 서방 민주주의 국가들이 AI에서 주도권을 유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아모데이는 민주주의 국가들이 첨단 AI 배치 과정에서 “분열의 유혹을 뿌리쳐야 한다”고 강조하며, 권위주의 정부에 맞서 AI 선도국들이 뭉쳐야 한다고 촉구했다. 알트먼은 “어떤 단일 기업도 결정권을 가져서는 안 된다”면서도, 테스트 기준과 역량·위험 분석, 국가 간 협력의 장이 될 국제 포럼 설립을 제안했다. 하사비스는 “10년, 20년 뒤를 돌아보면 지금이 특이점(싱귤래리티)의 초입이었음을 알게 될 것”이라며 이 시기를 “인류 역사의 새 시대”로 규정했고,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 표준 기구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세 사람 모두 서방 주도의 AI 표준과 거버넌스를 강조했다는 점에서 공통된 전략적 이해관계를 드러냈다.
이 장면이 낯설지 않은 이유는 AI 기업들이 이미 몇 가지 면에서 국가에 준하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픈AI, 앤트로픽, 구글 딥마인드는 군사 안보와 경제 기반 시설 양쪽에 걸쳐 있다. 각국 정부가 이들 기업의 모델을 행정·국방·외교에 활용하기 시작했으며, 규제와 국가 안보의 경계선을 두고 충돌도 빈번해지고 있다. 이들이 보유한 컴퓨팅 자원과 데이터, 모델 역량은 일부 국가의 국가 역량을 이미 초과하는 수준에 도달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AI 글로벌 거버넌스와 각국 규제 경쟁에서 나타나듯, AI 기업은 이제 단순한 기술 제공자가 아니라 지정학적 행위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번 G7의 장면은 AI 기업이 국가와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새삼 던진다. 긍정론자들은 이 같은 긴밀한 협력이 AI의 위험을 통제하고 민주주의 가치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는 최선의 경로라고 본다. AI가 핵무기 이후 인류가 직면한 가장 중대한 기술이라는 인식 하에, 기업과 정부가 공동 거버넌스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논리다. 알트먼이 발언 말미에 남긴 “인간의 자유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구절은 이 방향성의 상징적 표현이다. 서방 AI 기업들이 자체 거버넌스 논의를 주도하는 구조는 중국 AI 기업들의 부상에 대응하는 지정학적 전략으로도 읽힌다.
그러나 비판론도 만만치 않다. AI 기업들이 민주적 통제의 외부에서 사실상 국가 수준의 결정을 내리고 있다는 구조적 문제를 G7 회의 자체가 오히려 제도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각국 정상이 자국 의회나 시민 사회의 동의 없이 기업 CEO들과 AI 규범을 논의하는 것은 민주적 정당성 측면에서 위험한 선례를 남긴다는 시각이다. ‘앤트로픽 대 트럼프’ 구도를 “이 역학의 소규모 시험 운행”으로 묘사한 보도처럼, 정부와 민간 AI 기업 간 갈등의 씨앗은 이미 뿌려져 있다. 앤트로픽·오픈AI와 미 정부의 AI 수출 통제 갈등은 그 전조를 잘 보여준다.
한국 입장에서 이 장면은 복합적인 시사점을 남긴다. G7에 참여하지 않는 한국은 AI 표준 논의의 중심 테이블에서 구조적으로 빠져 있다. 미국 주도의 국제 AI 포럼이나 표준 기구가 실제로 설립될 경우, 한국 기업과 정부가 초기 단계부터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과제로 떠오른다. 네이버, 카카오, SKT, KT 같은 국내 AI 기업들이 글로벌 거버넌스 논의에서 발언권을 갖지 못한다면, 결국 외부에서 결정된 규칙을 수용하는 수동적 위치에 머물 수밖에 없다. 한국 AI 정책과 글로벌 표준 대응을 위한 전략적 포지셔닝이 시급한 이유다.
G7에서 연출된 이 장면이 일회성 이벤트로 그칠지, 아니면 AI 기업이 국제 거버넌스의 공식 참여자로 자리 잡는 출발점이 될지는 앞으로의 흐름에 달려 있다. 다만 분명한 것은 AI 기업 CEO들이 이제 외교 언어를 구사하고 있으며, 각국 정부도 그들을 그렇게 대우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알트먼이 제안한 국제 포럼이 실제로 설립되고 그 안에서 표준이 결정되는 순간, AI 기업이 법적 지위 없이도 국제 규범 형성에 직접 참여하는 새로운 권력 구조가 굳어질 수 있다. 이 권력 구조의 재편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민주적 통제와 기술 혁신이 어떻게 균형을 맞출 수 있을지가 앞으로 AI 시대 가장 중요한 정치적 질문으로 남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