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AI(인공지능) 생성 이미지를 잇달아 게시하며 정치적 자기 홍보에 활용하고 있다. 황금 갑옷을 입은 트럼프, 러시모어산 조각상에 끼워 넣은 자신의 얼굴,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과 나란히 선 모습 등 영웅적 이미지들이 대표적이다. 올해 들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게시물은 2700건을 넘는데, 이 가운데 AI 이미지는 70여 건이며 5월 첫 3주 동안에만 50여 건이 집중적으로 올라왔다. 이 시기는 미·이란 전쟁이 교착 상태에 빠지고 트럼프 지지율이 36%까지 하락한 시점과 겹친다.
학계에서는 이 현상을 ‘슬로파간다’라는 신조어로 설명한다. 조잡한 AI 결과물을 뜻하는 ‘슬롭’과 정치 선전을 뜻하는 ‘프로파간다’를 합친 표현으로, 자신을 위대하게 포장하고 반대자를 깎아내리는 고전적 선전 기법이 생성형 AI를 통해 시각화된 형태라는 분석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트럼프 1기가 인터넷 밈을 활용한 ‘밈 전쟁’ 시대였다면, 현재는 AI를 통해 광범위한 ‘시각적 생태계’를 구축하는 단계로 발전했다고 진단했다.

이 전략이 역효과를 낳기도 했다. 트럼프는 교황 레오 14세와 이란 전쟁을 둘러싼 갈등이 고조된 시점에 자신을 구원자로 묘사한 AI 이미지를 올렸다가 보수 지지층과 종교계 양쪽에서 반발을 받아 하루 만에 삭제했다. 한 이탈리아 칼럼니스트는 이를 두고 종교와 정치, 신성모독의 경계선에 있는 행동이라고 평가했다. 황금빛 갑옷을 입고 군함을 배경으로 “너희는 혼란에 빠지고 있다”는 문구를 내건 이미지나, 그린란드 마을 위로 거대한 얼굴을 띄운 이미지처럼 영토 야욕을 드러내는 연출도 잇따랐다.
생성형 AI 기술의 대중화는 이미지 제작의 비용과 시간을 사실상 0에 가깝게 낮췄다. 과거에는 전문 디자이너와 보정 작업이 필요했던 정치 선전 이미지를 이제는 누구나 짧은 텍스트 명령만으로 대량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정치 지도자가 사실 검증 없이 자의적 자기 서사를 빠르게 유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진위 표시 의무나 플랫폼 차원의 라벨링 등 AI 기반 정치 선전에 대한 사회적·법적 대응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권자가 진짜와 조작된 이미지를 구분하기 어려워질수록 민주적 의사 결정 과정의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