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14억 7000만 달러(약 2조 원) 규모의 국가 AI 슈퍼컴퓨터 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전체 예산 중 10억 달러 이상이 슈퍼컴퓨터 본체에, 5억 3000만 달러는 하드웨어 조달에 투입되며 그 중 2억 달러는 AI 추론 전용 특수 칩 구매에 쓰인다. 조달 과정에서 영국 스타트업에 우선권이 부여되며, 추론 칩 분야 신생 기업 올릭스(Olix)와 프랙타일(Fractile)이 잠재적 수혜 기업으로 거론된다. 시스템은 2030년부터 영국 연구자와 스타트업에 개방될 예정이다.
이번 투자는 미국산 AI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는 영국 정부의 더 넓은 기술 자립 전략의 일환이다. 유럽연합(EU)도 비슷한 시기에 유사한 ‘기술 주권’ 제안을 내놓았다. 영국 기술 장관 리즈 켄달(Liz Kendall)은 “지난 40년의 지정학적 질서가 깨졌다”며 “AI 주권은 과도한 의존을 줄이고 회복 탄력성을 높이는 문제”라고 밝혔다. 영국 정부는 지난 11월 데이터센터 건설 규제를 완화한 ‘AI 성장 특구’를 지정하고, 4월에는 국내 AI 스타트업 지원을 위한 6억 7500만 달러 규모의 벤처 펀드 SovAI를 출범시키는 등 관련 조치를 이어 왔다.
영국은 ARM의 본거지이지만 반도체 설계·제조 분야는 미국과 아시아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구조가 범용 칩 플리트에서 용도별 특수 하드웨어를 혼합하는 방향으로 전환되는 시점이 영국이 틈새 분야에서 전략적 입지를 확보할 기회라는 분석이 나온다. 옥스퍼드 사이언스 엔터프라이즈 CEO 에드 버시(Ed Bussey)는 “정부가 혁신 기술 기업과 실제 계약을 체결하려는 의지를 보인 것 자체가 중요한 이정표”라며 “이들 기업을 영국에 묶어 두는 데 안정적인 수익 파이프라인 구축이 핵심”이라고 평가했다. 다른 국가들이 영국산 칩에 의존하게 되면 이는 외교·경제적 레버리지로 작용할 수 있다는 기대도 제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