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섬유증은 흉터가 생기는 과정으로, 간경변으로 이어져 해마다 수많은 사망의 원인이 된다. 한 연구자는 구글의 Co-Scientist를 활용해 이미 존재하는 약물 가운데 간 섬유증에 효과가 있을 후보를 찾아 나섰다. 이는 새 약을 처음부터 개발하는 대신 기존 약물의 새로운 쓰임새를 찾는 약물 재창출 접근에 해당한다.
연구자는 다섯 가지 약물을 살아 있는 인간 간세포로 구성된 자신의 실험실 섬유증 시험대에 모두 통과시켰다. 그가 직접 고른 두 약물은 섬유증에 아무런 효과를 보이지 못했다. 반면 Co-Scientist가 선정한 세 후보 가운데 두 가지는 섬유증을 차단하고 간세포의 재생을 촉진했다. 그중 하나는 과거 단 몇 편의 논문에서만 간 섬유증과 연결됐던 약물로, 방대한 과학 문헌 속 바늘 같은 존재였다.

Co-Scientist의 가장 눈에 띄는 선택은 항암제 보리노스타트(vorinostat)였다. 연구자의 실험에서 이 약물은 간 흉터를 유발할 수 있는 손상 반응의 91%를 차단했다. 흥미로운 점은 Co-Scientist의 제안이 단일 섬유증 경로를 표적으로 삼는 약물이 아니라, 유전자 활동 자체를 재편하는 약물 쪽을 가리켰다는 것이다.
연구자는 이런 약물들이 간 섬유증 치료제로 진지하게 검토될 가치가 있으며, 궁극적으로 새로운 세대의 항섬유화 약물을 출범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Co-Scientist가 마치 생의학에 관해 이용 가능한 모든 것을 읽은 협력자 같으며, 지금 우리가 놓치고 있는 연결을 찾아내는 추론 능력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한국의 제약·바이오 산업에도 이 접근은 실질적 가치가 크다. 신약을 처음부터 개발하는 데에는 막대한 비용과 10년 이상의 시간이 들지만, 이미 안전성이 검증된 기존 약물의 새 적응증을 찾는 약물 재창출은 개발 기간과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 AI가 방대한 문헌 속에서 간과된 후보를 발굴해주면, 국내 제약사도 보유 자원으로 더 효율적인 파이프라인을 꾸릴 수 있다. 다만 AI가 제시한 후보는 반드시 세포·동물·임상 검증을 거쳐야 하며, 약물 재창출 특유의 특허·규제 이슈도 함께 살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