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의 인공지능(AI) 가속기 한국 출시가 국내 AI 인프라 투자 급증세를 겨냥한 행보로 분석된다. 산업 전반에서 AI 도입이 확산하며 인프라 투자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가운데, 화웨이가 가격 대비 성능이라는 새로운 선택지를 앞세워 시장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전략이 과거 화웨이가 한국 통신 장비 시장을 공략했던 방식과 궤를 같이한다고 본다.
화웨이는 2013년 전후 롱텀에벌루션(LTE) 망 구축이 본격화되던 시기에 한국 통신 장비 시장 공세를 시작했다. 당시 에릭슨과 노키아, 삼성전자가 주도하던 시장에서 화웨이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솔루션을 앞세웠고, LG유플러스가 총소유비용(TCO) 절감을 이유로 선제적으로 화웨이 장비를 채택한 바 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AI 가속기 시장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반복될 것으로 내다본다. 현재 AI 가속기 시장의 80~90%를 차지하는 엔비디아 제품은 가격이 높은 데다 수급도 원활하지 않아, 기업들이 대안 확보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화웨이는 이런 수요를 정조준해 엔비디아 대비 절반 이하 가격을 앞세워 총소유비용 경쟁력을 부각할 것으로 관측된다. 단순히 칩만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카드와 서버 등을 클러스터 단위로 묶어 AI 인프라 솔루션 전체를 제공하는 방식도 과거 통신 장비 시장 공략과 유사하다. 이 경우 고객사의 화웨이 의존도가 높아지는 ‘락인’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AI 가속기 스타트업들은 신경망처리장치(NPU) 기반으로 엔비디아가 점유하지 못한 틈새시장을 노려왔는데, 화웨이의 진입으로 같은 시장에서 경쟁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화웨이의 대규모 공급 능력과 소프트웨어 역량을 감안하면 스타트업 위주인 국내 AI 가속기 업계가 대응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는다. 다만 화웨이 AI 가속기가 아직 국내 시장에서 검증되지 않았고 보안·법무·구매 심사 장벽을 넘어야 하는 만큼 당장 주류로 자리 잡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신중론도 함께 제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