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화웨이가 광둥성 둥관에 조성한 연구개발(R&D) 본거지 ‘옥스혼 캠퍼스’에는 마리당 1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 검은 백조들이 떠 있는 인공 호수가 있다. 경제 용어 ‘블랙 스완’을 상징하는 이 백조들은 예상치 못한 위기에 늘 대비하라는 뜻으로, 창업자 런정페이 회장이 직원들에게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해 배치한 것으로 전해진다. 런 회장의 집무 공간도 이 호수 인근에 자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완공된 이 캠퍼스는 총면적 180만㎡ 부지에 12개 구역, 108개 건물이 들어섰고 약 3만 명이 근무하는 화웨이 연구개발의 심장부다. 건설비만 약 1조3000억 원으로 추산될 만큼, 미국 제재 국면에서 자체 기술 역량을 끌어올리겠다는 회사의 의지가 물리적 규모로 드러나 있다.

캠퍼스에 담긴 위기의식은 화웨이가 처한 현실과 맞닿아 있다. 미국의 제재로 첨단 반도체 조달이 막힌 화웨이는 자체 칩 개발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화웨이 내 사이버보안 연구소는 2019년 130여 명 규모에서 현재 약 300명으로 늘었으며, 스마트폰 공장에서는 한 대를 만드는 데 30초가 채 걸리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움직임은 중국 정부의 AI 자립 전략과도 궤를 같이한다. 중국은 향후 5년간 약 2조 위안(약 451조 원)을 투입해 국가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AI 연산 수요의 80% 이상을 화웨이를 포함한 자국산 칩으로 충당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견제 속에서 반도체 국산화를 밀어붙이는 중국의 전략이 삼성전자를 비롯한 글로벌 반도체 지형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 주목된다. 화웨이가 자체 AI 칩과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동시에 확충하는 전략은 미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중국 빅테크 전반의 흐름과도 맞물려 있어, 국내 메모리 업계로선 대체 공급망 확대 여부를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