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진이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 배터리의 핵심 금속인 리튬을 더 친환경적이고 저렴하게 추출하는 새 기술을 찾아냈다. 이 연구는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게재됐으며, 스타트업 록 제로(Rock Zero)가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연구 공동저자이자 MIT 교수인 잇밍 창은 규모를 키우면 이것이 세계에서 가장 저비용으로 리튬을 조달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는 폼 에너지, 애디스 에너지 등 기후테크 기업을 창업한 연쇄 창업가이기도 하다.
현재 가장 경제적인 리튬 확보 방식은 염수에서 뽑아내는 것이지만, 지리적으로 제한적이고 거대한 증발 연못을 위한 넓은 땅이 필요하다. 더 흔한 방식인 경암 채굴은 광석을 폭파해 고온에서 굽고 위험한 화학물질로 처리한다. 연구진의 새 방법은 약산을 써서 보통은 잘 반응하지 않는 규산염 광물을 녹이는데, 이 과정에서 리튬뿐 아니라 알루미나와 실리카 같은 유용한 물질까지 함께 분리된다. 핵심 시약은 유리 식각 크림 등에 쓰이는 약산 불화암모늄으로, 적절한 조건에서 극도로 위험한 불산을 부산물로 만들지 않고도 규산염을 효과적으로 녹인다.

리튬 채굴에 흔히 쓰이는 광물 스포듀민(spodumene)이 첫 번째 적용 대상이 됐다. 오늘날 스포듀민 광석 처리의 핵심 단계는 고온 가마에서 굽는 것인데, 이 새 공정은 가마 없이 약 95도(섭씨) 이하의 단순한 플라스틱 교반 탱크에서 진행된다. 연구 책임저자이자 록 제로 공동창업자 겸 최고기술책임자(CTO) 벤저민 모브레이에 따르면, 초기 실험에서 며칠 걸리던 추출 시간을 12시간 미만으로 단축했고 광석 속 리튬 거의 전부를 뽑아냈다. 가마를 피하면 에너지 비용과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고, 철분이 많아 제대로 구워지지 않던 광석까지 활용할 수 있다고 공동창업자 겸 CEO 캠던 헌트는 설명했다.
이 공정의 산물은 배터리용 탄산리튬, 알루미늄 제련용 알루미나, 콘크리트에 넣는 시멘트질 실리카이며 산은 같은 순환 안에서 재사용된다. 창 교수는 이를 광석의 모든 부분을 쓰는 ‘코부터 꼬리까지(nose-to-tail)’ 채굴이라 표현했다. 연구진은 시약을 높은 수준으로 재활용한다는 가정 아래 톤당 6천 달러 미만으로 리튬을 추출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는데, 이는 현재 경암 추출 방식보다 낮고 염수 방식과도 경쟁할 만한 수준이다. 록 제로는 시범 공장을 2026년 말까지 건설해 2027년 가동을 목표로 하며, 광업계 파트너와 논의를 진행 중이다.
다만 시장의 변동성은 새 기술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리튬 가격은 2022년 정점에서 2024년 말 저점으로 떨어졌다가 2026년 초부터 완만히 오르는 등 큰 폭으로 출렁여 왔다. 네바다대 리노캠퍼스의 사이먼 조위트 탐사지질학 석좌교수는 가격 상승이 신규 진입자에게 유리할 수 있으나, 가격이 더 오르면 여러 프로젝트가 가동돼 시장을 다시 끌어내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리튬이 필요 없는 나트륨이온 배터리 같은 대안도 시장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며 일부 경제성 추정치가 낙관적일 수 있다고 봤다. 리튬을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 배터리 산업으로서는 공급원 다변화 가능성을 가늠할 대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