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미국 흑인 창업 스타트업에 6억4300만 달러가 유입돼 2022년 이후 가장 큰 규모를 기록했다. 크런치베이스(Crunchbase)의 최신 집계에 따른 것으로, 흑인 창업자가 한 해 6억5300만 달러를 모았던 2022년 수준에 단 몇 달 만에 다가섰다. 지난해 흑인 창업자가 한 해 동안 유치한 9억4200만 달러와 비교하면, 올해는 불과 몇 달 만에 그 70% 가까이를 이미 끌어모은 셈이다. 다만 지난해 9억4200만 달러는 전체 벤처 자금 2900억 달러의 0.32%에 그쳤다.
문제는 이 자금이 소수의 대형 거래에 쏠려 있다는 점이다. 크런치베이스에 따르면 올해 펀딩을 이끈 거래는 34건에 불과하다. 가장 큰 건은 AI 하드웨어 기업 삼바노바(SambaNova)의 3억5000만 달러 규모 시리즈 E였고, 스포츠 예측 스타트업 노비크(Noviq)가 7500만 달러 시리즈 B, 와이콤비네이터(YC) 출신 AI 보험 플랫폼 하퍼(Harper)가 4700만 달러로 뒤를 이었다. 같은 기간 미국 스타트업 전체가 모은 2520억 달러에 비하면 6억4300만 달러는 여전히 매우 작은 규모이며, 의미 있는 진전을 보여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크런치베이스는 짚었다.

크런치베이스 리서치 책임자 제네 티어(Gené Teare)는 많은 흑인 창업자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네트워크와 인맥, 초기 소개에 대한 접근성”을 꼽았다. 갈수록 AI 중심으로 집중되는 2026년 자금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그는 벤처 펀딩 침체가 여덟아홉 분기째 이어지는 가운데 흑인 창업 기업에 대한 자금 감소가 전체 스타트업 펀딩 감소세보다 더 가파르게 지속돼 왔다고 덧붙였다.
앞으로의 전망은 불투명하다. 이번 분기에 대형 거래 34건이 더 나올 수도, 사실상 아무 일도 없을 수도 있다는 평가다. 일부 그룹과 벤처 펀드조차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이른바 ‘바벨형’ 또는 양극화된 시장의 단면이라는 분석이다. 티어는 업계에 만연한 과도한 신중함이, 다양성을 갖췄을 가능성이 더 큰 초기 창업자에게 투자자가 모험을 거는 것을 막아온 것은 아닌지 되묻게 된다고 말했다. 기록적 수치 뒤에 가려진 자금 쏠림 현상은, 벤처 시장의 다양성 격차가 호황 지표만으로는 좁혀지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