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벤처캐피털 투자 규모가 2026년 상반기에만 4127억 달러에 달해, 지난 한 해 전체 투자액보다 약 30% 많았다. 그리고 이 급증분의 거의 전부를 소수의 초대형 인공지능(AI) 투자가 채웠다. 피치북(PitchBook)과 미국벤처캐피털협회(NVCA)가 공동 발표한 2분기 벤처모니터 보고서에 따르면, AI 기업이 상반기 전체 벤처 자금의 86%에 해당하는 3559억 달러를 가져갔다. 피치북은 이 흐름을 경기 순환이 아닌 구조적 변화로 규정하며, AI 코딩 도구가 소프트웨어 개발 비용을 낮추고 파운데이션 모델이 창업자들에게 자체 학습 없이 활용할 수 있는 기반 계층을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자금은 상위로 계속 몰렸다. 1억 달러 이상 규모의 투자가 상반기 집행액의 87.5%를 차지했다. 건수로는 여전히 시장의 대부분인 1억 달러 미만 거래는 다 합쳐 514억 달러를 끌어모으는 데 그쳤다. 이 소액 거래가 전체 가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4년 43.8%, 지난해 33.1%에서 올해 12.5%로 계속 줄고 있다. 2분기에는 10억 달러 이상 투자가 앤트로픽, 프로메테우스, 안두릴 등 7건 성사돼 총 872억 달러 규모였고, 이 중 5건이 AI 기업 몫이었다. 가장 큰 건은 앤트로픽의 650억 달러 투자로, 이로써 기업가치(post-money)가 9650억 달러로 뛰어 오픈AI를 앞질렀다. 다만 앤트로픽은 불과 석 달 전 3500억 달러 프리머니 기준으로 자금을 모았던 터라 상승 폭이 가팔랐고, 이 중 약 150억 달러는 이전에 약정된 금액이어서 실제 신규 유입은 표면 수치보다 적었다.
엑시트(투자 회수) 규모는 기록을 세웠지만 사실상 한 이름에 기댔다. 스페이스X의 1조7000억 달러 규모 기업공개(IPO)가 2분기에 이뤄졌는데, 이는 지난 10년간 미국 벤처 지원 기업의 모든 엑시트를 합친 것보다 큰 가치를 창출했다. 스페이스X는 이 상장으로 750억 달러를 조달하며 초기 거래에서 시가총액 2조 달러를 넘겼고, 피치북은 이를 역대 최대 IPO이자 미국 벤처 지원 기술 상장 사상 최대 규모라고 평가했다. 여기에 1분기 2500억 달러 규모의 xAI 인수, 코딩 스타트업 커서(Cursor)에 대한 600억 달러 규모 전량 주식 교환 거래도 더해졌다. 세레브라스가 343억 달러 규모 IPO를 마쳤으나 주가가 공모가의 두 배 이상으로 열렸다가 다시 아래로 밀리는 등, 스페이스X를 빼면 상장 자체가 드물었다.
펀드 조성에서도 같은 쏠림이 나타났다. 벤처 운용사들은 단 405개 펀드에서 724억 달러를 모았는데, 이는 훨씬 많은 펀드로 지난해 전체를 통해 모은 749억 달러에 거의 맞먹는다. 앤드리슨 호로위츠, 스라이브 캐피털, 파운더스 펀드 세 곳이 348억 달러를 걷어 상반기 조성액의 48%를 차지했다. 피치북 분석가들은 시장이 단일 테마에 이토록 의존하면 AI의 성장이나 수익이 기대에 못 미칠 경우 광범위한 조정에 노출된다고 경고했다. 설령 AI가 기대에 부응하더라도 수익은 소수 승자에 집중돼, 높은 가격에 자금을 모은 다수의 기업이 위험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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