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Apple)이 WWDC 2026에서 공개한 새 Siri AI가 개발자 베타를 통해 처음 체험됐다. 이메일에서 일정 목록을 캘린더에 한 번에 추가하거나, “공항에 언제 출발해야 해?”라는 질문에 일정과 이메일 정보를 결합해 실질적인 답변을 내놓는 기능들이 실제로 작동하는 것이 확인됐다. 렌트한 카메라 장비의 반납 기한을 캘린더 이벤트와 이메일에서 동시에 찾아내는 등, 개인 컨텍스트를 활용한 응답도 실험에서 제대로 동작했다.
새 Siri는 제미나이(Gemini) 모델을 기반으로 구축됐지만 애플 고유의 처리 방식을 적용했다. 기기 내에서 수집된 이메일·메시지·캘린더·사진 등의 데이터를 인덱싱해 필요한 순간 관련 정보만 활용하며, 기기 단독 처리로 해결이 어려운 복잡한 요청은 ‘프라이빗 클라우드 컴퓨트(PCC)’를 통해 애플에도 데이터를 노출하지 않고 처리한다. 구글 제미나이가 사용자가 지메일이나 캘린더 접근 권한을 직접 부여하는 방식을 택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기능 비교 면에서는 구글 제미나이가 이미 1년 이상 전에 구현한 수준이라는 지적도 있어, 첫 번째 Siri AI가 “2025년경 제미나이”처럼 느껴진다는 평가도 나왔다.
실사용에서는 정원 식물 진단, 쇼핑 목록 작성과 리마인더 설정을 단일 프롬프트로 처리하는 기능도 확인됐다. 아이폰 홈 화면에서 아래로 스와이프하면 검색 창에 “검색 또는 질문” 인터페이스가 표시되고, 잠금 버튼 길게 누르기로 다이내믹 아일랜드에서 Siri를 호출하는 방식으로 접근성이 높아졌다. 대화 어조 면에서는 제미나이가 공감 표현으로 시작하는 반면 새 Siri는 즉각적으로 진단에 들어가는 직접적인 방식을 보인다는 차이도 관찰됐다. 기능 자체를 사용하지 않으려는 이용자를 위해 AI Siri는 켜고 끄는 선택지도 제공한다.
2024년 WWDC에서 대대적으로 예고했던 AI 기능들이 출시 후 상당 부분 지연·축소됐다는 비판을 받아온 애플 입장에서, 이번 새 Siri는 “작동한다”와 “실제로 사용자에게 출시된다”는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현재는 개발자 베타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일반 이용자 배포까지 추가 검증이 필요한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