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베조스가 인간 뇌의 작동 원리를 AI에 구현하려는 스타트업 플러리시(Flourish)에 총 5억 달러를 투자했다. 플러리시의 공동창업자는 아마존 S팀 출신 임원 롭 윌리엄스(Rob Williams)와 신경과학자 겸 연쇄창업자 토머스 리어든(Thomas Reardon)이다. 두 사람은 2025년 12월 베조스에게 사업 계획을 제시했고, 베조스는 처음 5000만 달러를 투자한 뒤 이후 추가 출자해 최종 지분을 거의 두 배로 늘렸다. 럭스 캐피털, 구글 벤처스, 카탈리오 등도 공동 투자자로 참여해 현재 플러리시의 기업 가치는 약 25억 달러로 알려졌다.
플러리시가 내건 목표는 50와트 이하의 전력으로 작동하는 ‘합성 인공지능 뇌’를 만드는 것이다. 현재의 대형 언어 모델(LLM)은 학습에 수천 개의 칩과 도시 하나를 가동할 수 있는 전력을 소비하며, 한번 훈련이 끝나면 새로운 것을 스스로 배우지 못한다. 반면 인간의 뇌는 약 20와트로 정보를 처리하고 적은 사례만으로도 언어를 습득한다. 리어든은 “수십만 번의 발화만으로 언어를 익히는 아기에게 기본적으로 문제가 없는데, 모든 책을 20번씩 읽어야만 영어를 배울 수 있다는 말은 근본적으로 잘못됐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핵심 전략은 신경과학자와 AI 연구자를 한 공간에 배치해 상호 정보를 교류하는 방식이다. 신경과학 팀이 전자현미경 등 첨단 장비를 활용해 뇌 회로를 실험하면, AI 팀이 그 결과를 모델 설계에 반영한다. 구글 딥마인드의 그레그 웨인(Greg Wayne)은 딥마인드 근무를 유지하면서 업무 시간의 20%를 플러리시에 배정하기로 했다. 연구진은 대뇌피질의 기능 단위인 피질 기둥(cortical column)을 핵심 분석 대상으로 삼고 있으며, 초파리 신경망이 트랜스포머(LLM의 핵심 구조) 대비 10배 이상 효율적이라는 기존 연구에서 단서를 찾고 있다.
플러리시는 장기적 목표와 별개로 단기 수익 경로도 준비 중이다. 리어든에 따르면 해마(hippocampus) 구조에서 영감을 받아 대량 학습 데이터 없이도 메모리를 처리하는 기법을 개발 중이며, 스마트폰 같은 일상 기기에 탑재할 수 있는 연속 학습 모델도 만들고 있다. 또 주요 반도체 제조사와 칩 탑재 협상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IBM, 인텔 등이 이미 뇌 구조를 모방한 뉴로모픽 칩을 내놓은 바 있고, 코티컬 랩스(Cortical Labs) 같이 생물 뉴런과 실리콘을 결합하는 연구도 이루어지고 있어 뇌 모방 AI 분야의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베조스는 투자를 결정하기 전 창업자들에게 단 하나를 물었다고 한다. “몇 년이고 이 일에 헌신할 준비가 돼 있느냐”는 것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