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9일 제9회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에서 국가연구개발 행정서식을 전면 간소화하고 독자 인공지능(AI) 기술 기반의 정보보호 체계를 구축하는 두 가지 방안을 심의·의결했다. 연구자가 실험실 대신 행정 처리에 허비하는 시간을 줄이고, 고도화되는 AI 사이버 공격에 맞서 외산 기술 의존을 탈피하겠다는 것이 핵심 목표다.
R&D 행정 부담 완화 방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내용은 서식 수의 대폭 축소다. 과기정통부는 27개 전문기관과 공동으로 ‘국가 R&D 행정서식 간소화 태스크포스’를 꾸려 지난해 12월부터 전수조사를 벌인 결과 총 2171개 서식을 파악했다. 이 가운데 단순 참고용이거나 중복되는 서식 1952개를 폐지하고, 65개는 전산화하며, 나머지 154개만 허용 서식으로 남겨 전체의 90% 이상을 없앤다. 7월부터 IRIS(범부처통합연구지원시스템)에 공고되는 국가 R&D 사업은 이 154개 허용 서식 중심으로 운영된다. 개인정보 제공 동의 등 연구자 동의 절차 15개도 전자화하고, 자격·증빙 서식 49개는 자동 제출 방식으로 전환된다. 6월부터는 연구지원 통합 로그인 플랫폼 ‘연구24’를 통해 한 번의 인증으로 관련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2028년까지 연구과제·연구비(이지바로, RCMS)·연구정보(NTIS) 등 4대 연구지원시스템을 IRIS로 통합하고, AI 기반 행정지원 서비스도 단계적으로 추가된다. 과기정통부는 이번 조치로 연간 약 40만 개 행정서식 작성 부담과 2만 시간 이상의 연구행정 소요시간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AI 보안 주권 구축 방안도 이날 함께 의결됐다. 정부는 최근 미국 빅테크가 보안 전문가 수준의 사이버 보안 역량을 갖춘 AI 모델을 일부 기업에만 제공하는 이른바 ‘프로젝트 글래스윙’이 화두로 부상한 상황을 배경으로, 외부 의존도를 줄이는 방향의 중장기 전략을 공식화했다. 우선 국가안보실을 중심으로 AI 취약점 공개·패치 정보를 신속히 공유하는 긴급체계를 구성한다. 피해 파급력이 큰 기업에는 강도 높은 취약점 점검을 독려하고, 보안 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에는 IT 자산 식별·보안 수준 진단·소프트웨어 구성명세서 생성 기술 등을 정부가 직접 지원한다. 2027년부터는 독자 AI 기술을 기반으로 국내 정보보호 체계를 전면 전환하고, AI 보안 주권 확립을 위한 구체적 프로젝트를 기획·실행에 옮길 계획이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은 이번 대책과 관련해 “AI발(發) 대규모 취약점 공개에 대응하기 위한 긴급체계를 마련하고, 우리 기술과 모델 기반으로 AI 보안 주권 확립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박인규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행정 혁신과 관련해 “관계부처와 불필요한 서식이 다시 늘어나지 않도록 지속 관리하고 연구자가 행정부담 없이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두 방안 모두 즉각적인 체계 정비와 중장기 전환을 병행하는 구조로, 연구 생산성 제고와 AI 보안 자립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추진하는 성격을 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