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이 AI 쇼핑 에이전트 ‘루퍼스(Rufus)’를 통해 소비자가 직접 검색·비교·구매하는 단계를 없애는 ‘제로클릭(Zero Click)’ 쇼핑 시대를 본격화하고 있다. 2024년 미국에서 처음 선보인 루퍼스는 현재 유럽·캐나다·인도로 서비스 지역을 넓혔으며, 평소 대화에서 파악한 이용자 맥락을 토대로 맞춤 제품을 추천한다. 강아지를 키운다는 정보를 대화에서 축적한 뒤 “로봇청소기 추천해줘”라는 질문에 반려동물 털 청소 특화 제품을 제안하는 방식으로, 기존에는 검색·후보 선별·제품 비교·리뷰 확인·장바구니·결제 등 5~6단계를 거쳐야 했던 구매 과정이 한두 번의 질의응답으로 압축된다.
AI 에이전트는 구매 단계를 넘어 구매 후 관리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IoT(사물인터넷) 기기와 연동해 생수·화장지·우유 같은 생필품의 재고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소진되기 전에 자동 주문하는 기능도 구현됐다. 반품 과정 역시 “사이즈가 작으니 반품해줘”라는 음성 한마디면 판매자 AI와 자동 대화해 택배 방문 예약과 환불 확인까지 처리한다. 전자상거래 플랫폼 쇼피파이(Shopify)는 2025년 1월 이후 AI 유입 트래픽이 7배, AI 검색 기반 구매가 11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시장조사업체 주니퍼리서치(Juniper Research)는 올해 80억 달러(약 12조원) 규모인 AI 에이전트 기반 전자상거래가 2031년 3조5000억 달러로 430배 이상 팽창할 것으로 전망했다. 카드사 비자(Visa)도 “2025년은 소비자가 혼자 쇼핑하고 결제하는 마지막 해가 될 것”이라며, AI 기반 구매가 2026년 연말 쇼핑 시즌까지 주류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측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변화를 2016년 모바일 중심 커머스 전환을 능가하는 패러다임 이동으로 평가한다.
AI 에이전트가 상품 추천·구매 결정·결제를 모두 대신하면서, 소비자가 직접 검색하고 비교하던 쇼핑 과정 자체가 AI의 판단으로 대체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비자가 “2025년은 소비자가 혼자 쇼핑·결제하는 마지막 해”라고 본 것처럼, 구매 결정의 주도권이 사람에서 AI로 넘어가는 변화는 소비자 접점을 쥔 플랫폼과 그렇지 못한 판매자 사이의 격차를 키울 수 있다. AI가 어떤 기준으로 특정 제품을 골라 추천하는지 투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도 제로클릭 쇼핑 확산에 따라 함께 검증돼야 할 과제로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