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퍼 레벨 옵틱스(WLO) 기반 광학 기술 전문기업 옵토전자(OPTOELEC)가 창립 10주년을 맞아 중장기 성장 전략 ‘비전 2035’를 공개했다. 6월 11일 경기 안산 한양대학교 에리카 컨벤션에서 열린 기념 행사에서 이준역 대표는 지난 10년의 WLO 국산화 공정 성과를 점검하고, 공동 패키징 광학 기술(CPO·Co-Packaged Optics)과 실리콘 포토닉스를 향후 10년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제시했다. WLO 국산화 기반을 다진 기업이 AI 인프라 시장의 고속 성장 국면을 기회로 삼아 사업 영역을 전면 확장하는 선언으로 업계 주목을 받고 있다.
비전 2035의 세 가지 핵심 전략은 AI 광통신 인프라 적용을 위한 CPO 기술 상용화, 포토닉스 파운드리 플랫폼 고도화, 독자적인 WLO 기술 경쟁력 확보다. CPO는 광학 소자와 전기 반도체를 하나의 패키지에 통합해 데이터 전송 속도를 높이고 전력 소비를 줄이는 차세대 기술로, AI 데이터센터에서 증가하는 대역폭 수요에 대응하는 핵심 솔루션으로 부상하고 있다. 사업 영역은 기존의 차량용 WLO 모듈과 센서용 광학 부품에서 AI 데이터센터 광모듈 및 6세대 이동통신(6G) 광모듈로 다각화된다. AI 학습과 추론에 필요한 연산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데이터센터 내부와 데이터센터 간 광통신 인프라 수요도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기존 전기 방식의 인터커넥트로는 속도와 전력 효율의 한계를 극복하기 어려워 CPO 기반의 광 인터커넥트가 차세대 AI 인프라의 핵심 부품으로 주목받는다.

국내 광학 기술 기업으로서 옵토전자의 포지션은 독특하다. WLO 공정 국산화를 10년에 걸쳐 진행해온 기업이 AI 데이터센터와 6G라는 고성장 시장에 진입 선언을 한 것이다. 글로벌 기술 전환 시점에 축적된 제조 노하우를 신시장에 적용하는 전략은 합리적이지만, 엔비디아(NVIDIA)·인텔(Intel)·마벨(Marvell) 등 막대한 투자를 집행하는 글로벌 대형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차별점을 만들어내는 것이 과제다. 국내 학계·연구기관 및 글로벌 반도체 설비 제조사와의 협력 범위를 넓히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 신호이나 협력의 실질적 내용과 속도가 중요하다.
낙관적 시각에서 보면 옵토전자가 선점하려는 CPO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로 진입 시점이 늦지 않다. WLO 국산화 경험에서 쌓인 정밀 광학 제조 역량은 CPO의 핵심인 광-전기 정렬 정밀도와 직결되는 기술 기반이 된다. 6G 광모듈 시장도 국내 통신사들의 투자 계획과 맞물려 내수 레퍼런스를 구축하기 유리한 환경이다. 반면 CPO 기술 상용화는 아직 표준화가 완전히 정리되지 않아 특정 기술 경로에 집중 투자했다가 업계 표준이 다른 방향으로 굳어질 경우의 위험도 공존한다. 양산 체계 구축을 위한 대규모 설비 투자가 선행돼야 하므로 자금 조달 역량과 파트너십 확보 속도가 전략의 실현 가능성을 가른다.
한국 AI 인프라 생태계 전체를 조망하면, 옵토전자 같은 광학 부품 전문기업의 성장은 반도체-메모리 중심으로 형성된 국내 AI 인프라 공급망에 새로운 레이어를 더한다는 점에서 구조적 중요성이 있다. 엔비디아 GPU에 HBM을 공급하는 SK하이닉스·삼성전자의 역할이 잘 알려진 반면, 이 시스템들을 연결하는 광 인터커넥트 분야에서는 국내 기업의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약했다.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효율이 경쟁의 핵심 변수로 부상하는 시대에, 광 인터커넥트는 전체 시스템 성능을 결정하는 병목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광학 산업의 성장 가능성은 단순한 니치 시장의 문제가 아니다. CPO 기술 상용화의 타임라인과 초도 납품 실적, 파운드리 플랫폼의 협력사 확보 여부가 전략의 실현 가능성을 판단하는 근거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