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와 AI 기업 앤트로픽이 맺은 컴퓨팅 자원 계약의 기간을 두고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일론 머스크는 한 사용자에게 답하며, 스페이스X가 자사 데이터센터 콜로서스를 수년간 임대하기로 약속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계약이 180일 임대이며 이후에는 90일 사전 통보로 양측이 상호 해지할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단기 계약을 요청한 쪽은 앤트로픽이 아니라 스페이스X 자신이었으며, 컴퓨팅 자원이 매우 빠듯해지면 일정 시점에 자원을 회수해야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발언은 스페이스X의 공식 공시 내용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공시에 따르면 회사는 2026년 5월 3일 앤트로픽과 컴퓨팅 용량 접근에 관한 클라우드 서비스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에서 고객사인 앤트로픽은 2029년 5월까지 매월 사용료를 지불하기로 합의했으며, 2026년 5월부터 용량이 점진적으로 늘어나는 동안에는 할인된 요금이 적용된다. 계약은 어느 한쪽이 90일 사전 통보로 해지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핵심은 앤트로픽이 2029년 5월까지 매월 비용을 지불하기로 했다는 대목으로, 이는 3년짜리 임대를 비교적 명확하게 기술한 것이다. 같은 표현은 공시 문서 여러 페이지에 반복되며, 일부 페이지에서는 고객사가 2029년 5월까지 매월 12억 5천만 달러를 지불하기로 했다는 더 구체적인 금액까지 등장한다. 단순한 오타로 보기 어려운 일관성이다. 한편 xAI 측은 해명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앤트로픽이 서비스 비용을 지불하기로 한 것과 스페이스X가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한 것이 같은 의미냐를 두고 논쟁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통상 ‘임대’라는 단어가 뜻하는 바는 그것이며, 어차피 양측 모두 3개월 통보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데 한쪽만 일방적으로 묶이는 임대 구조를 둘 이유도 마땅치 않다. 계약서 원문이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라 정확한 내용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한국 독자와 업계 관점에서 이 사례는 AI 인프라를 둘러싼 컴퓨팅 자원 확보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를 보여 준다. 최고 수준의 데이터센터를 보유한 쪽이 자원을 무기로 삼아 단기 계약과 회수 가능성을 흘리는 것은, 고성능 컴퓨팅이 곧 협상력임을 드러낸다. 국내 AI 기업과 클라우드 사업자에게도 안정적인 연산 자원 확보와 장기 계약의 법적 명확성이 사업 지속성의 핵심 변수가 될 것임을 시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