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AI를 회사 미래의 기둥으로 내세우며, 미국 전체 경제 활동 가치에 맞먹는 수조 달러 규모의 시장 기회를 전망했다. 기업공개를 앞두고 제출한 재무 공시에서 스페이스X는 전통적인 우주 발사·위성 사업을 신생 AI 사업을 떠받치는 보조 역할로 규정했다. 다만 회사는 일반적으로 경쟁사 모델을 선호하는 고객을 먼저 끌어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문제는 핵심 AI 챗봇 Grok의 부진이다. 머스크 소유의 소셜미디어 X에 깊이 통합돼 있음에도 Grok의 사용량은 다른 AI 서비스에 크게 뒤처진다. 26만 명을 대상으로 한 한 조사에서 2026년 2분기에 Grok에 유료로 결제한 비율은 0.174%에 그친 반면, 오픈AI의 챗GPT 유료 사용자는 6%를 넘었다. 기업 사용 비중도 4%에서 7%로 소폭 오르는 데 그쳤다. 스페이스X는 Grok 비즈니스·엔터프라이즈·API·정부용 제품을 출시해 기업과 정부 고객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Grok은 평판 측면에서도 위험을 안고 있다. 다운로드 정점은 실제 사진을 이용해 여성과 아동의 성적 이미지를 대량 생성할 수 있게 했던 업데이트 시점과 겹쳤다. 또한 ‘스파이시’, ‘언힌지드’ 같은 모드를 여전히 탑재하고 있다. 스페이스X는 공시에서 이런 기능이 평판 훼손, 노골적 콘텐츠와 허위 정보 생성, 동의 없는 착취적 이미지, 지식재산권 침해 등 높은 위험을 수반한다고 스스로 인정했다.
스페이스X의 AI 베팅은 Grok에 그치지 않는다. 공시에는 스페이스X·테슬라·인텔이 함께 연간 1테라와트 규모의 컴퓨팅 하드웨어를 생산하는 칩 제조 시설을 짓겠다는 ‘테라팹’ 구상이 담겼다. 또한 회사는 콜로서스와 콜로서스 II를 통해 지구상 최대 규모의 AI 훈련 데이터센터 클러스터를 보유·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궤도 데이터센터라는 더 야심 찬 미래를 짓는 데에는 1조 달러 이상이 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 독자와 업계 관점에서 스페이스X의 행보는 우주 기업이 AI 인프라 거인으로 변신하려는 대담한 시도다. 그러나 현재 적자 상태인 회사가 막대한 투자를 감당하려면 기업공개를 통한 자금 수혈이 절실하다. 점유율이 낮은 Grok과 천문학적 투자 계획이 맞물린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이 비전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국내 우주·AI 기업에게도 컴퓨팅 인프라 자립과 안정적 수익 모델 확보가 장기 경쟁력의 핵심임을 일깨우는 사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