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상장(IPO)을 앞두고 제출한 재무 공시에서 AI를 회사 미래의 중심 기둥으로 내세웠다. 스페이스X는 자사 우주 발사·위성 사업을 신생 AI 사업을 떠받치는 보조 역할로 규정했는데, 이는 머스크가 올해 초 자신의 AI 기업 xAI를 스페이스X에 정식 편입한 데 따른 것이다. 합병으로 새로 꾸려진 ‘SpaceXAI’ 부문은 xAI가 개발한 그록(Grok) AI 모델과 챗봇을 총괄한다. 다만 스페이스X는 오픈AI·앤트로픽 등 경쟁사 모델을 선호하는 고객을 먼저 끌어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스페이스X는 제출 서류(S-1)에서 자사가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실질적 총유효시장”을 보유했다고 주장하며, AI가 그 기회의 대부분인 약 26조 5천억 달러 규모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이 수치는 2026년 1분기 기준 미국 명목 국내총생산(GDP) 약 32조 달러에 육박하는 규모다. 다만 어떤 기간을 가정한 추정인지는 분명치 않으며, 제3자 전망치를 크게 웃돈다. 가트너는 2027년까지 전 세계 AI 지출이 3조 3천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씨티그룹은 2030년까지 글로벌 AI 시장이 4조 2천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각각 내다봤다.

야심을 실현하려면 스페이스X는 빅테크의 자금을 등에 업은 경쟁사들을 따라잡아야 한다. 머스크 본인도 오픈AI를 상대로 한 소송의 법정 심리에서 합병 이전의 xAI를 “AI 기업 중 가장 작은 곳”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그록 챗봇은 머스크의 소셜미디어 X와 깊이 통합돼 있음에도 사용량에서 다른 AI 서비스에 뒤처져 있다. AI 사용자 26만 명을 조사한 앱매직 설문에서 2026년 2분기에 그록에 유료로 돈을 낸 응답자는 0.174%에 그쳤고, 같은 조사에서 오픈AI의 챗GPT 유료 사용자는 6%를 넘었다.
스페이스X의 베팅은 우주 인프라 역량과 AI를 결합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위성 발사·운용에서 쌓은 우주 인프라가 AI 사업을 떠받치는 토대가 되면, 컴퓨팅 자원을 지상 밖으로 확장하는 새 모델이 가능해진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시장 점유에서 경쟁사에 크게 밀리는 그록의 현실은 이 청사진과 큰 간극을 보인다. 거대 AI 시장 전망을 앞세운 상장 전략이 실제 사용자 확보로 이어질지가 관건이며, 위성·발사 사업에서 스페이스X와 협력하는 한국 우주·통신 업계도 이번 전환의 향방을 주시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