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가 미국의 제재에 좌우되지 않는 독자 반도체 로드맵 구축 의지를 드러낸 지 며칠 만에, 중국 베이징대학교가 화웨이 아키텍처 전용 3D EDA(전자설계자동화) 도구를 선보이며 지원에 나섰다. 베이징대 집적회로학원은 자체 개발한 EDA 프로토타입을 공개했다. EDA는 반도체를 실제 생산하기 전 회로를 설계·검증하는 핵심 소프트웨어로, 현재 글로벌 시장은 시놉시스와 케이던스 등 미국 기업이 사실상 장악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미국의 첨단 반도체 수출 통제 이후 국산 EDA 확보를 핵심 전략 과제로 추진해 왔다. 특히 첨단 공정 설계에 필요한 EDA는 미국 규제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분야로 꼽힌다. 이번에 공개된 베이징대의 신형 도구는 화웨이가 최근 공개한 ‘로직폴딩(LogicFolding)’ 아키텍처와 호환되는 것이 특징이다.

화웨이는 로직폴딩과 함께 새로운 ‘타우 스케일링 법칙’을 발표하며 기존 미세공정 경쟁과는 다른 독자 로드맵을 제시했다. 미국의 첨단 장비·설계 소프트웨어 제재 속에서도 2031년까지 1.4나노미터급 성능의 칩을 자체 기술만으로 구현하겠다는 목표다. 로직폴딩은 트랜지스터 크기를 줄이는 기존 방식 대신 3차원 구조와 새 논리 배치로 성능을 끌어올리는 접근법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산업은 오랫동안 트랜지스터를 더 작게 만들어 더 많은 회로를 집적하는 무어의 법칙을 따라왔다. 그러나 공정 미세화가 물리적·경제적 한계에 가까워지면서 칩렛, 3D 패키징, 새 아키텍처 같은 대안이 떠오르고 있다. 중국은 이 흐름 속에서 서방 중심 기술 체계를 우회하는 독자 생태계를 구축하려 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실제 상용 수준의 경쟁력 확보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첨단 EDA는 수십 년간 축적된 알고리즘과 검증 기술, 글로벌 반도체 생태계와의 호환성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설계 소프트웨어까지 독자화하려는 중국의 움직임은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의 전선이 넓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도체 강국인 한국으로서도 공급망과 표준 경쟁의 향방을 주시할 대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