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040년까지 국내에 2450조원 규모의 역대급 투자를 발표한 가운데, 이를 단순 환산하면 향후 15년 동안 매해 약 163조원을 투입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업계에서는 이 막대한 자금을 외부 조달 없이 자체 영업활동에서 벌어들이는 현금만으로 충당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발표된 ‘2026~2040년 국내 투자 비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반도체 분야에만 약 2100조원을 투입한다.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를 비롯한 기존 반도체 단지에 1650조원을 투자하고, 광주에는 400조원 규모 신규 클러스터를 조성한다. 천안·온양에는 56조원을 들여 최첨단 고대역폭메모리(HBM) 팹을 구축할 계획이다. AI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삼성전자는 당초 2047년까지 팹 6기를 짓기로 했던 용인 국가산단 계획을 2040년으로 7년 앞당겼고, 2028년 1기 팹 건설 착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달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보고회에서 “AI로 인해 기술 패러다임이 상상하지 못할 속도로 변하고 있다”며 반도체 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에도 폭발적인 수요를 따라가기엔 부족하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2012년 미국법인이 채권을 발행한 이후 별도의 시장성 자금 조달 사례를 찾기 어렵고, 은행권 차입만 활용해 부채비율도 올해 1분기 말 연결 기준 30%에 그친다. 이는 국내에서 회사채와 달러채 발행을 지속하고 최근 나스닥 ADR 상장으로 최대 45조원을 마련하기로 한 SK하이닉스와 대비되는 행보다. 증권업계는 삼성전자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지난 1분기 말 73조원에서 올해 말 200조원 안팎으로 늘고, 2028년 말에는 9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한다. 올해만 300조원이 넘는 순이익이 예상되는 데다, 내년과 내후년에도 400조원대 순이익 달성이 점쳐지는 만큼 자체 현금만으로 CAPEX(설비투자)를 감당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이 영남에 60조원을 투자해 로봇·AI 데이터센터를 확충하기로 한 것도 이번 대규모 투자 계획의 연장선에 있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발표로 메모리가 AI 시대 핵심 자원으로서 중장기 투자 계획이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 확인했다고 평가하면서도, 시장에서는 투자 확대에 따른 급격한 공급 증가 우려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프로젝트는 단기적 측면보다 중장기 수요 대응을 위한 준비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은 기흥·화성에 이어 평택 공장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있고, 용인 국가산단 이후 단계 준비도 앞당겨지고 있다고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