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수요 확대로 반도체 가격이 오른 데 이어 반도체 부품 가격까지 밀려 올라가는 가운데, 국내 반도체 기판 업계의 하반기 납품 단가가 오히려 더 인상될 것이라는 반박 분석이 나왔다. 앞서 일부 매체는 올초 금·구리 등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소폭 반영됐던 기판 단가가 하반기 낮춰질 수 있다고 보도했는데,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이런 전망이 실제 업황과 괴리가 크다며 이례적으로 반박에 나선 것이다.
메리츠증권의 양승수 연구원은 텔레그램 공지방을 통해 반도체 기판 판가는 통상 고객사와의 협상을 거쳐 반기 단위로 조정되기 때문에 한 분기 만에 인상분이 되돌려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단가 인상이 1분기가 아닌 2분기에 최종 완료된 것으로 파악된다며, 다수의 인쇄회로기판(PCB) 업체를 점검한 결과 기술 세대교체에 따른 우호적인 판가 흐름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메모리 용량 증가와 고성능 패키지 확산으로 기판의 층수, 면적, 회로 미세화 등 스펙이 계속 상향되면서 판가 자체가 상승하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양 연구원은 앞서 SK하이닉스의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발행을 가장 먼저 예측해 시장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경쟁 관계에 있는 중화권 업체들의 가격 인상 움직임도 국내 업체에 긍정적 신호로 꼽힌다. 지난 4월 PCB 핵심 원재료인 동박적층판(CCL)을 만드는 대만 타이야오는 제품 가격을 최대 40% 인상했고, 대만 타이광전과 롄마오도 약 105 수준의 가격 인상을 통보했다. 기판 보강재로 쓰이는 유리섬유포를 만드는 대만 풀테크 역시 최근 최대 30%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 양 연구원은 중국·대만 업체들이 원재료 및 금 관련 비용 부담을 이유로 추가 단가 인상을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이는 국내 기판 업체들의 협상력에도 우호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AI 반도체 공급망의 가격 인상 압력이 전력 반도체,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회로판용 소재, 산업용 가스, 밸브, 세라믹 부품 등으로까지 확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증권의 한 애널리스트는 반도체 공급망의 가격 결정력이 완제품에서 장비·부품 쪽으로 구조적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흐름을 종합하면 기판 수요가 견조하게 확대되는 가운데 원자재 가격 상승 부담까지 겹치면서, 다수의 PCB 업체가 하반기 실적 전망을 상향 조정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