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성장에 비해 일자리 증가 속도가 크게 둔화하는 ‘고용 없는 성장’이 올해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은행 전망치를 토대로 계산하면 올해 고용탄성치는 0.24 수준에 그쳐 2018년(0.13) 이후 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고용탄성치는 취업자 증가율을 경제 성장률로 나눈 값으로, 경제가 성장한 만큼 일자리가 얼마나 늘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KDI는 올해 취업자 수가 17만명(0.6%) 늘고 경제는 2.5%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으며, 한국은행 역시 취업자 18만명 증가와 2.6% 성장을 전망해 두 기관 모두 비슷한 수치의 고용탄성치를 예상했다.
고용탄성치 하락의 핵심 배경으로는 반도체 산업 중심의 성장 구조가 꼽힌다. 올해 상반기 수출은 4967억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이 중 반도체 비중이 38.7%에 달했지만, 자본과 기술 집약적인 반도체 산업 특성상 고용 창출 효과는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인공지능(AI) 확산이 정형화된 업무를 대체하면서 기업들이 신규 채용 대신 AI 활용을 선택하는 흐름도 고용탄성치 하락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챗GPT가 출시된 2022년 11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15~29세 청년층 일자리는 21만1000개 줄어든 반면, 같은 기간 50대 일자리는 20만9000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 통계는 AI 확산의 충격이 청년층에 집중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올해 1~5월 15~29세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매달 감소세를 이어갔는데, 전체 연령대 중 5개월 내내 취업자가 줄어든 것은 이 연령대가 유일하다. 기업들이 AI가 대체하기 어려운 대인 관계·조직 관리 역량을 갖춘 경력직을 선호하면서 신규 채용 자체가 줄어드는 구조적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분기 기준 경제 성장률(3.8%) 대비 취업자 증가율(0.6%)로 계산한 고용탄성치는 0.16으로, 2021년 이후 5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청년 고용 부진이 장기적으로 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김광석 한양대 겸임교수는 AI 도입 확대로 기업들의 경력 채용 선호가 강해지면서 신규 채용이 줄어드는 추세가 계속될 경우, 청년들이 경력을 쌓을 기회 자체가 사라져 10년 뒤 산업 허리층이 취약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청년 채용 기업에 대한 임금 보조, 청년 기술 창업 지원, 창업 실패 청년을 위한 재기 프로그램 등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고용이 경기 후행 지표라는 점에서 하반기 개선 여지가 있다는 반론도 있지만, 반도체 편중과 AI 확산이라는 구조적 요인이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어려워 고용탄성치의 반등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