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HBM(고대역폭 메모리) 공급사 SK하이닉스가 미국 나스닥(Nasdaq) 거래소 상장을 위한 서류를 제출했다. 이번 기업공개(IPO)를 통해 최대 1,779만 주를 매각해 294억 달러(약 40조 원)를 조달하는 것이 목표다. 실현될 경우 스페이스X(SpaceX)의 857억 달러에 이어 역대 두 번째 규모의 IPO가 된다.
SK하이닉스는 전 세계 HBM 시장에서 절반 이상의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 HBM은 수십 개 메모리 칩을 수직으로 쌓아 TSW(통실리콘배선·through-silicon wires)로 연결하는 고속 메모리로, AI 연산을 위한 데이터 이동 속도가 일반 DRAM보다 월등히 빠르다. 엔비디아의 최신 플래그십 그래픽카드 ‘Rubin’에도 HBM 모듈 8개가 탑재돼 있으며, 각종 AI 가속 칩에 필수 부품으로 자리잡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수요가 급증하면서 SK하이닉스의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8% 증가한 380억 달러를 기록했고, 같은 기간 순이익률은 77%에 달했다.
이번 나스닥 상장 추진은 AI 붐이 만들어 낸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구조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생성형 AI 모델을 훈련·추론하는 데는 방대한 양의 고속 메모리가 필요하며, HBM은 일반 DRAM으로는 충족하기 어려운 대역폭 요구를 해결하는 핵심 기술이다. SK하이닉스는 HBM 모듈의 발열 문제를 제어하는 열관리 기술 포트폴리오를 통해 시장 선도 위치를 공고히 해왔다. HBM 모듈은 일반 DRAM보다 훨씬 많은 열을 발생시켜, 이를 제어하지 못하면 그래픽카드 전체의 오작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 기업이 미국 주요 거래소에 이 규모로 상장을 시도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SK하이닉스의 나스닥 상장이 성사되면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자들이 한국 메모리 반도체 산업에 직접 접근하는 새로운 경로가 열리게 된다. AI 가속기 시장이 확대될수록 HBM 수요도 함께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번 IPO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