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업무를 대신할수록 사람의 전문 역량이 약해질 수 있다는 이른바 ‘AI 탈숙련(deskilling)’ 현상을 포착한 연구 결과들이 의료와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에서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가 최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폴란드 연구팀은 대장내시경 시술 경험 2,000회 이상인 숙련 전문의 19명을 대상으로 암 전구 병변인 선종 발견율을 측정했다. AI 보조 도구를 도입하기 전 3개월 동안의 선종 발견율은 28.4%였지만, AI에 익숙해진 이후 AI 없이 수행한 검사에서는 같은 지표가 22.4%로 6%포인트 떨어졌다. 이 결과는 학술지 란싯(Lancet) 소화기·간 학회지에 2025년 10월 게재됐으며, 연구진은 AI에 지속 노출될수록 의사가 자체 판단 시 집중도와 책임감이 낮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AI 코딩 도구에서도 유사한 패턴이 나타났다. 앤트로픽(Anthropic)이 올해 2월 발표한 사전 논문(동료 심사 미완료)에 따르면, 소프트웨어 개발자 52명에게 기초 코딩 과제를 주고 절반에게만 AI 도우미를 허용했다. 과제 완료 속도에서는 AI 사용 그룹이 약간 빠르긴 했으나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는 없었다. 그러나 이어진 코딩 시험에서 AI 사용 그룹의 평균 점수는 약 50%로, AI를 쓰지 않은 그룹(약 67%)보다 낮았다. 특히 코드 오류를 찾아내는 문제에서 격차가 두드러졌는데, 이는 AI가 생성한 코드의 작동 원리를 충분히 파악하지 않고 결과물만 가져다 쓰는 방식이 이해도를 낮췄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AI 활용 방식에 따른 점수 차이도 나타났다. AI를 개념 확인이나 이해 점검 도구로 활용한 참가자는 점수가 좋았지만, 코드 생성을 통째로 맡긴 경우 점수가 가장 낮았다.

연구자들은 이 현상이 GPS 보급 이후 길 찾기 능력이 약해진 것과 유사하지만, 생성형 AI는 그동안 기술이 대체하지 못했던 사고와 해석 같은 인지 능력 자체를 자동화하는 첫 번째 기술이라는 점에서 차원이 다르다고 지적한다. 호주 퀸즐랜드 대학교 연구에서는 회계사들이 자동화 시스템을 10년 넘게 사용한 뒤 도구를 빼자 기본 업무 처리 방법을 잊었다는 사례도 확인됐다. 현재로서는 탈숙련을 막는 확립된 방법이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다만 AI에 얼마나 의존하는지 스스로 인식하고, 도구의 한계를 파악하며, AI가 내놓은 답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습관이 현실적인 대응으로 제시되고 있다. AI 도구 도입이 빠르게 확산되는 국내 의료·개발 현장에서도 이 같은 역량 저하 위험에 대한 체계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