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파(소리 파동)를 이용해 생물학적 뉴런의 시냅스 기능을 모방하는 새로운 뉴로모픽(neuromorphic) 소자가 개발됐다. 미국 애리조나대학교 재료공학과의 샤오둥 옌(Xiaodong Yan) 조교수 연구팀이 주도한 이 연구는 기존 전자식 뉴로모픽 하드웨어 대비 최대 10분의 1 수준으로 전력 소비를 줄이면서도 패턴 인식, 감각 처리, 데이터 분석 등에서 더 빠른 학습 속도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6월 12일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게재됐다.
연구의 핵심은 ‘파이-비트(phi-bit)’라는 개념을 활용한 음향 시냅스 구현이다. 기존 전자식 뉴로모픽 소자는 하나의 인공 시냅스로만 동작해 인간 뉴런처럼 수천 개의 연결을 갖추려면 별도 소자를 다수 연결해야 했으며, 이는 배선 복잡도와 에너지 비용을 크게 높였다. 반면 음파는 위상(phase) 정보에 여러 값을 동시에 담을 수 있어, 하나의 음향 소자 안에서 병렬 연산이 가능하다. 연구팀은 각각 약 60cm 길이의 알루미늄 봉 3개를 에폭시 접착제로 연결한 장치에 초음파 송수신기를 부착해 다중 시냅스 기능을 구현했다.
실험에서 이 음향 시냅스는 붓꽃(iris) 데이터 150건을 3개 품종으로 분류하는 표준 과제에서 39개의 파라미터만으로 96.7%의 정확도를 달성했다. 비교 대상인 다층 퍼셉트론(MLP) 기반 기존 신경망은 동등한 정확도를 내기 위해 9개의 뉴런과 더 많은 파라미터가 필요했으며, 최고 정확도에 도달하는 데 걸린 시간도 20% 더 길었다. 음향 시냅스는 도파민·세로토닌 같은 신경조절물질(neuromodulator) 효과도 모사할 수 있었다. 막대 하나를 추가하는 것만으로 빠른 학습 반응과 느린 장기 반응을 모두 재현했다는 점이 주목받았다.
이 연구를 주목하는 이유는 AI 가속기의 전력 소비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규모 데이터센터에서 AI 추론 및 학습에 드는 전력 비용은 수년 내에 수십 테라와트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음파 기반 뉴로모픽 하드웨어는 아직 상용화 단계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산디아 국립연구소(Sandia National Laboratories)의 브래드 에이모운(Brad Aimone) 연구원은 “단일 신경망이 신경조절 원리로 다양한 과제에 적응할 수 있다면, 거대한 모델 대신 맥락에 따라 조정되는 소형 네트워크가 가능해진다”며 이 접근법이 열어줄 가능성에 주목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