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그룹의 손정의(손 마사요시) 회장이 AI 기반 사이버 위협을 19세기 일본 흑선(黑船) 사건 이후 최악의 국가적 위기로 규정했다. 그는 지난 16일 도쿄에서 열린 기업인 행사에서 이같이 경고하며, 오픈AI와 함께 일본 주요 기업들에 최신 AI 보안 체계와 자가 진단 서비스를 소개했다. 흑선 사건은 1853년 미국 군함의 무력시위로 일본이 개항하게 된 역사적 사건으로, 폐쇄적이던 일본 사회를 뒤흔든 외부 충격의 상징으로 꼽힌다.
이러한 경고의 배경에는 수치로 드러나는 일본의 취약성이 있다. S&P와 IBM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에서 적발된 사이버 공격 중 일본 기업을 대상으로 한 사례가 전체의 22.4%를 차지해 단일 국가 기준 최다였다. 미국(20.6%), 사우디아라비아(6.3%), 영국(6.0%)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노후화된 전산 인프라, 글로벌 제조업 강국으로서 공격 대상이 될 기업 다수, 전문 보안 인력 부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AI 기반 사이버 공격 수단이 고도화되는 속도가 방어 체계 정비 속도를 앞서고 있다는 우려도 크다.

일각에서는 AI 사이버보안 역량을 높이는 과정이 미국 주도의 첨단 AI 기술에 대한 의존을 더 강화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가 사이버보안을 개별 기업의 예산 문제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공통 표준 수립, 정부 보조금 체계, 위협 정보 공유 인프라를 묶은 국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핵심 동맹국으로서 AI 보안 기술 지원을 확약받는 전략적 접근도 제안됐다.
손정의 회장의 발언은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국가들에도 시사점을 던진다. 한국 역시 AI를 활용한 사이버 공격 위협이 증가하고 있으며, 방산·금융·제조 등 주요 산업에서 보안 체계를 AI 기반으로 재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신 AI 모델이 개발자조차 인식하지 못한 취약점을 빠르게 찾아낼 수 있다는 점에서, AI를 방어가 아닌 공격 수단으로 악용할 경우 피해 규모가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함께 제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