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민세관집행국(ICE)이 데이터 브로커로부터 이민자들의 개인납세자식별번호(ITIN) 관련 기록을 구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매체 404 미디어가 입수한 정부 조달 문건에 따르면, 해당 계약 규모는 약 1000만 달러에 달한다. ITIN은 미국 사회보장번호(SSN)를 보유하지 않은 미등록 이민자들이 세금 신고 시 사용하는 식별번호로, 납세 의무를 이행하고자 하는 이민자들이 활용한다.
이 사안을 검토한 오리건주 상원의원 론 와이든(Ron Wyden)은 “트럼프 행정부가 대규모 추방 캠페인을 위해 법과 법원 명령을 우회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와이든 의원은 연방 법원이 이미 국세청(IRS)과 국토안보부(DHS) 간의 ITIN 등 납세 정보 공유를 위법으로 판결해 금지 명령을 내린 사실을 상기시켰다. 그는 민간 데이터 브로커를 통해 동일한 정보를 취득하는 방식은 납세자 프라이버시 보호 법률과 법원 명령 모두를 정면으로 우회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핵심 쟁점은 정부 기관이 법원이 직접 금지한 정보 흐름을 민간 시장을 거쳐 사실상 복원할 수 있느냐다. 법원이 IRS와 DHS 간 직접 공유를 위법으로 판단했더라도, 동일한 식별 정보를 데이터 브로커가 보유하고 있다면 이를 구매하는 행위까지 막을 명확한 장치는 마련돼 있지 않다. 미등록 이민자의 개인정보가 시장에서 거래되는 한 법원 명령이 무력화될 수 있다는 구조적 허점이 이번 사안으로 드러난 셈이다.
이 사안은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단속 강화와 개인정보 보호 사이의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불거졌다. ITIN 제도는 미등록 이민자들이 납세 의무를 이행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으로, 이 정보가 강제 추방 목적에 전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개인 데이터를 정부 기관에 판매하는 데이터 브로커 산업 자체에 대한 감독 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다만 ICE와 해당 데이터 브로커는 계약의 목적과 세부 사항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로, 사실관계와 법적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