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게릭병(ALS·근위축성측삭경화증)으로 신체 마비 상태인 미국인 케이시 해럴이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를 이식받은 뒤 약 22.6개월 동안 연구진 없이 3,800시간 이상 독립적으로 장치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16일 게재됐으며, 해럴은 BCI 연구팀으로부터 “음성 뇌-컴퓨터 인터페이스의 첫 파워 유저”라는 평가를 받았다.
캘리포니아대 데이비스(UC Davis) 데이비드 브랜드먼 교수팀은 2023년 7월 해럴의 두뇌에 64개 전극 배열 4세트를 이식했다. 이식 한 달 후 첫 작동에서 해럴은 50개 단어로 의사소통을 시작했으며, 97.5% 정확도로 12만 5,000개 어휘를 구사하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현재 장치 정확도는 99%에 달한다. 해럴은 BCI를 통해 커서를 제어하고, 인터넷 검색과 이메일 송수신 및 환경 운동가로서의 업무까지 수행하고 있다. 2023년에는 연구팀이 직접 연결·해제 작업을 해야 했지만, 현재는 간병인이 장치를 착탈할 수 있어 사실상 독립적 사용이 가능해졌다.
BCI 기술은 말하는 동작을 담당하는 운동피질 영역의 신경 활동을 포착해 영어의 39개 음소(phoneme)로 변환하고, 이를 단어로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해럴은 딸에게 책을 읽어주고 육아를 분담하는 일도 가능해졌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현재 뇌 신호를 직접 실제 목소리로 변환하는 ‘뇌-음성(brain-to-voice)’ 시스템 개발도 추진 중이다. 이 시스템은 기쁨·분노·냉소 같은 감정 표현까지 담긴 자연스러운 발화를 목표로 한다.
다만 연구자들은 이 결과가 모든 루게릭병 환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위트레흐트 의료센터 마리스카 반스티젤은 “뇌 전극 주변에 흉터 조직이 생기면 신호 수신이 방해받을 수 있고, 일부 환자는 뇌 퇴행으로 장치가 작동을 멈출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미시간대 제인 허긴스도 침습적 뇌 수술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럼에도 이번 사례는 장기간 독립 사용이 가능한 임상 BCI의 가능성을 처음으로 실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