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과 지역 사회의 광주 반도체 공장 신설 요구가 거세지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양사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정부의 남부권 반도체 핵심벨트 추진 구상과 맞물려 압박이 증가하고 있지만, 두 기업은 “결정된 것이 없다”는 원론적 태도를 유지한다. 업계에서는 두 기업이 국내 투자 결정 전에 해외 추가 투자 옵션도 충분히 검토하고 있을 것으로 본다.
현재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에 이어 인근 테일러에 2나노미터급 선단 공정 팹을 조성 중이다. 테일러 팹은 테슬라 자율주행 칩 수주에 성공했으며, 올해 안에 시험 가동이 예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SK하이닉스는 5조원 이상을 투입해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 라파예트에 AI 서버용 고대역폭메모리(HBM) 패키징 공장을 짓고 있으며, 2028년 양산을 목표로 한다. 이 공장은 엔비디아(NVIDIA)·TSMC와 연계된 AI 반도체 공급망의 현지화 거점으로 설계됐다. 베트남에서도 두 기업의 움직임이 포착된다. 블룸버그와 로이터 통신은 각각 삼성전자가 베트남 타이응우옌성에 40억 달러 규모 패키징 공장 건설을, 하노이 인근에 15억 달러 규모 반도체 테스트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의 관세 정책도 해외 투자를 촉진하는 변수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미국 반도체 제조업 활성화를 위한 수입 관세 검토 방침을 밝혔다. 업계는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한국 기업이 대만처럼 일정 수준의 관세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국내에 안 되면 해외라도 지어야 하는 상황 아니냐”고 언급한 발언도 이러한 기류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됐다.
국내 투자를 끌어내려면 정부의 실질적 경제 인센티브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업계 목소리가 높다. 이재명 대통령도 기업이 국내 투자보다 해외 투자에서 더 큰 이익을 얻지 않도록 정부가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AI 반도체 수요가 HBM을 중심으로 급증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최종적으로 어떤 입지 전략을 선택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