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과학자의 가설 수립과 검증을 돕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학술지 네이처는 과학 연구를 보조하는 두 개의 AI 시스템을 다룬 논문을 동시에 공개했다. 하나는 구글의 ‘코사이언티스트(Co-Scientist)’로, 연구자가 수시로 판단을 개입해 시스템을 이끄는 ‘루프 안의 과학자’ 방식으로 설계됐다. 다른 하나는 비영리 단체 퓨처하우스(FutureHouse)가 내놓은 시스템으로, 특정 종류의 생물학 실험에서 나온 데이터를 스스로 평가하도록 훈련됐다.
두 시스템 모두 기존 약물을 다른 질병에 다시 쓰는 ‘약물 재창출’ 같은 비교적 명확한 가설을 다뤘으며, 생물학 데이터에 집중했다. 구글은 자사 시스템이 물리학에도 적용된다고 밝혔지만 발표된 사례는 모두 생물학 분야였다. 두 연구진은 AI가 과학자나 과학적 절차 자체를 대체하려는 시도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인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방대한 정보를 추려내는, 현재 AI가 가장 잘하는 일을 돕는 데 목적이 있다는 설명이다.

두 시스템은 모두 ‘에이전트형(agentic)’으로 분류된다. 별도의 외부 도구를 호출하며 배경에서 작동한다는 뜻이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자사 과학 비서에 비슷한 방식을 택했고, 오픈AI는 LLM을 생물학에 맞춰 조정하는 다른 접근을 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겨냥하는 공통 과제는 폭증한 과학 정보다. 온라인 출판이 쉬워지며 학술지와 논문 수가 급증해, 연구자가 자기 분야 흐름조차 따라잡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예컨대 눈의 발달을 연구하는 학자가 같은 신호 전달 체계가 신장에서도 작동한다는 사실을 놓치기 쉬운데, AI는 이런 분야 간 연결을 찾아내는 데 강점이 있다. 신약 후보 발굴 비용과 기간을 줄이려는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도 AI 과학 비서의 실효성은 관심 대상이다. 다만 이번 성과가 명확한 가설에 한정됐다는 점은 AI 연구 보조가 아직 인간 과학자의 통찰을 대신하기엔 이르다는 사실도 함께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