랴오쥔즈 대만 중앙연구원장이 한국의 반도체·AI 기술 투자 환경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내놨다. 그는 한국 기업들이 고위 임원을 3년 단기 계약직으로 채용하는 관행이 장기적 기술 투자를 가로막는 요인이라고 지적하며, 실패를 용인하고 독창성을 장려하는 방향으로 조직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랴오 원장은 대만 반도체 강국 도약의 핵심 동력으로 ‘원사(院士)’ 제도를 꼽으며, 현재 299명의 원사가 연구 기획과 정책 수립, 인재 양성을 주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제도가 반도체와 AI를 포함한 국가 과학기술 경쟁력에 기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대만의 또 다른 강점으로 중견·중소기업 중심의 산업 생태계를 들었다. 한국이 소수의 대기업이 산업을 주도하는 반면, 대만은 TSMC 등 일부를 제외하면 중견·중소기업이 생태계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규모가 작은 기업은 의사 결정 구조가 간소해 신기술 변화에 더 빠르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중앙연구원이 총통 직속의 독립된 거버넌스를 바탕으로 미래 먹거리를 과감하게 발굴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대만 AI 아카데미 사례도 소개했다. 랴오 원장은 2016년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꺾는 장면을 목격하고 AI 인재 양성의 필요성을 즉각 인식했다고 전했다. 이후 산업계를 직접 설득해 2018년 미디어텍·포모사그룹 등 대만 대표 기업들이 투자하는 대만 AI 아카데미를 출범시켰으며, 현재까지 누적 7500명 이상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그는 “우리는 더 일찍, 더 멀리 본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며 에이전틱(비서형) AI, 피지컬 AI, 양자 컴퓨터 등 차세대 분야에서도 같은 원칙으로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고 밝혔다.
랴오 원장의 발언은 반도체·AI 분야에서 한국과 대만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시점에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한국 역시 정부 주도로 AI 인재 양성과 연구 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산·학·연 협력 구조와 중소기업 생태계 활성화 면에서는 여전히 과제가 남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단기 성과 중심의 경영 문화와 실패에 대한 조직적 용인 부족 문제는 국내에서도 반복적으로 지적돼 온 사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