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수요 폭발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지난 1년간 6배 가까이 급등하면서 미국 기업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최근 66쪽짜리 보고서를 통해 메모리 가격 상승이 물가 상승, 기업 마진 축소, 투자 지출 증가 등 거시경제 문제로 번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가전·PC·스마트폰 제조사들이 비용 상승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에서는 자동차혁신연합, 인터넷·TV 협회(NCTA), 통신산업협회 등 9개 경제·산업 단체가 지난 3일(현지시간)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에게 공동 서한을 보냈다. 반도체 수급 불균형 해소와 미국 내 메모리 공급 확대를 위한 정부 차원의 조치를 요구하는 내용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공급 업체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빌미로 더 강력한 압박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메모리 가격 급등의 여파는 스마트폰·PC 시장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해 스마트폰 출하량이 전년 대비 13.9% 감소해 역대 최대 규모의 감소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메모리 공급 위기에 이란 전쟁이 복합 작용한 결과다. 반면 공급자 우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의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와 대만의 난야테크놀로지 같은 후발 업체들은 수혜를 입고 있으며, 성균관대 권석준 교수는 메모리 가격 급등이 2·3위 업체들의 체급을 키우고 점유율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내 업체로서는 호황과 위험이 동시에 커지는 국면이다. AI 데이터센터향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용 D램 수요가 가격을 끌어올리며 단기 실적에는 우호적이지만, 미국이 가격 안정과 자국 내 생산 확대를 명분으로 통상 압박에 나설 경우 수출 환경이 빠르게 악화될 수 있다. 메모리는 한국 수출에서 비중이 큰 품목인 만큼 가격 사이클과 통상 변수가 맞물리는 구도는 반도체 업황 전반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업계는 공급 확대와 통상 대응을 병행하며 후발 주자의 추격 속도까지 함께 살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