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반도체 장비 업체 ASML의 크리스토프 푸케 최고경영자(CEO)가 유럽연합(EU)의 반도체 공급망에 대한 직접 개입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는 유럽이 외국 기술 의존도를 줄이려면 규제보다 현지 경쟁력 있는 기업을 키우는 것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푸케 CEO의 발언은 EU 집행위원회가 반도체 공급난 상황에서 칩 제조업체와 계약을 파기하고 특정 주문을 우선 처리하도록 강제할 수 있는 긴급 권한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나왔다. 그는 “유럽 제품을 먼저 구매하자는 주장이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유럽 안에 실제로 살 만한 기술과 제품이 존재해야 한다”며 “반도체 공급망 전반에서 최대한 많은 챔피언 기업을 육성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과도한 규제가 유망 기업을 EU 밖으로 내몰고 있다고 지적하며, 긴 승인 검토 기간, 자본 조달 어려움, AI 관련 규제를 반도체 업종의 주요 걸림돌로 꼽았다. 유럽에서 공장을 짓는 데 여전히 약 4년이 소요된다는 현실도 비판했다.
푸케 CEO는 ASML이 올해 첨단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생산량을 50% 늘릴 계획이며, 네덜란드 벨트호벤 본사 주변 생산시설도 확장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ASML이 프랑스의 AI 개발사 미스트랄(Mistral)과 독일 광학기업 자이스(Zeiss)에 투자를 집행한 사실을 언급하며, 반도체 공급망 확대에 더해 EU 기술 생태계 전반의 투자자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전했다.
EU의 반도체 자립 전략은 공급망 리스크에 대응하려는 취지지만,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 업체의 수장이 직접 개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낸 것은 정책 방향을 둘러싼 산업계와 규제 당국 사이의 긴장을 드러낸다. ASML은 노광장비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유하며 유럽에서 시가총액이 가장 높은 기업으로 손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