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의 급속한 확산이 노동 시장에 구조적 충격을 가할 것이라는 전문가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서용석 KAIST 교수는 AI가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고도로 전문화된 소수 인력만 남기고 다수의 청년을 실업 상태로 내모는 ‘거대한 쓰나미’가 닥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AI로 인한 생산성 향상이 소비 인구 감소로 연결되면 시장 자체가 위축되고, 그 피해가 결국 기업에도 돌아온다는 점이 이번 국면의 핵심 모순으로 지목된다.
글로벌 기관들의 대응 방향도 엇갈린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3년부터 AI 도입에 따른 노동 시장 혼란을 경계하며 사회 안전망 강화와 AI 관련 세제 재편을 주문해왔다. 반면 컨설팅 기업 딜로이트(Deloitte)는 2026년 2월 보고서에서 현재의 고용 악화는 AI보다 금리와 인플레이션 등 경기 순환적 요인에 더 가깝다고 분석했다. 오픈AI(OpenAI)는 같은 해 4월 AI 공공 투자 펀드 배당, 주 4일 근무제, 로봇세 도입 등 구체적인 분배 정책 패키지를 제시하며 논의를 선도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산업용 로봇 도입 국가라는 점이 위기의 실질성을 높인다. 2030년 전후 약 7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AI와 로봇의 영향권에 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소수 고소득 직종과 저임금 단순 직종만 남는 이른바 ‘모래시계 경제’ 구조가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SK하이닉스(SK hynix)와 삼성전자(Samsung Electronics)의 성과급 논쟁은 AI 초과 이익의 사회적 분배 방식을 둘러싼 더 큰 논의의 출발점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AI가 창출하는 이익을 사회 전체가 공유하는 구조를 정부·기업·시민사회가 함께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재교육 프로그램 확충, 기본소득 도입 검토, 숙련 인력에 대한 정당한 보상 체계 구축 등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AI 혁명이 과거 산업혁명과 달리 지적 노동 영역까지 대체한다는 점에서, 기존 사회 안전망의 범위와 수준을 근본부터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