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AI 전문인력 규모가 빠르게 늘고 있음에도 대기업에서의 이탈 흐름 또한 가속화되고 있다. 한국은행 고용연구팀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AI 인력은 2024년 기준 약 5만7000명으로 집계됐으며, 이는 2010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AI 기술 보유 인력의 이직률은 여타 직군에 비해 지속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인재 공급 확대와 이탈 가속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양상이다.
AI 인재들이 대기업을 떠나는 이유는 급여보다 전략 공백에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직장인 플랫폼 리멤버(Remember)의 리서치 조직이 기업 인사담당자와 AI 직무 종사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회사를 떠난다면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71%(중복 응답)가 ‘AI 전략 부재’를 꼽았다. 경영진의 AI에 대한 이해도 부족(58%), 개념 검증만 반복되는 업무 구조(43%) 등이 뒤를 이었으며, 급여 수준을 이유로 든 응답은 44%로 3위에 그쳤다.

기업 내 AI 직무 정의 자체가 불분명하다는 점도 이탈을 부추기는 구조적 요인으로 지목됐다. 같은 조사에서 채용 의사결정권자의 30%가 조직 내 AI 직무 정의가 불명확하다고 답했으며, 해당 기업의 AI 직무 종사자 가운데 46%는 채용 당시 설명된 역할과 실제 업무가 거의 또는 전혀 일치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별도 조사에서는 대상 기업의 83%가 AI 도입 실행 전략을 수립하지 못한 상태였고, 본격 이행 또는 고도화 단계라고 답한 비율은 17%에 머물렀다. AI 인재 채용 자체도 2025년 3분기 정점 이후 올해 1분기에는 다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대규모 조직 확대보다 실질적인 업무 효율화와 투자 대비 효과(ROI) 검증 중심으로 채용 기조가 전환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AI 인재 이탈이 단순한 처우 문제가 아니라 기업 전략의 성숙도 문제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대기업들이 AI 조직을 만들고 인재를 영입하더라도 명확한 방향과 실행 체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인재를 붙잡기 어렵다는 것이다. 반면 빠른 의사결정과 구체적인 AI 제품 개발이 가능한 AI 네이티브 기업과 스타트업으로의 이동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