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펀딩이 사상 최대 규모를 갱신하는 가운데, 일부 창업자들은 정반대 방향으로 제품을 설계하고 있다. 미러(Mirror) 창업자 브린 퍼트넘(Brynn Putnam)이 이끄는 스타트업 보드(Board)가 대표 사례다. 보드는 대면 게임과 오프라인 사교 경험을 중심으로 한 서비스로, 최근 신규 투자를 유치했다. 테크 업계에서는 이런 움직임을 단순한 AI 피로감의 반작용이 아니라, 사람들이 더 인간적인 경험을 향해 자발적으로 이동하는 신호로 읽는다.
비슷한 흐름은 하드웨어 영역에서도 나타난다. 사용자가 직접 만드는 기발한 DIY 컴퓨터 ‘사이버덱(Cyberdeck)’이 온라인에서 입소문을 타며 바이럴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사이버덱은 디지털 화면에서 벗어나 직접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도록 부추긴다는 점이 매력 포인트로 꼽힌다. AI 없는 브라우저를 표방하는 움직임과는 결이 다르지만, 디지털 도구를 직접 손으로 만지고 조작하려는 욕구가 같은 맥락에서 나온다는 분석이다.

이 흐름이 주목받는 배경에는 빅테크의 대형 AI 투자 발표가 있다. 알파벳(Alphabet)이 800억 달러 규모의 AI 투자 계획을 밝혔고, 앤트로픽(Anthropic)은 기업공개(IPO)를 위한 비공개 서류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본과 인재가 AI로 집중되는 구조 속에서, 일부 창업자들은 오히려 사람 간 직접 연결이라는 희소한 가치에 집중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 ‘투게더 테크(together tech)’ 흐름이 일시적 유행에 그칠지, 아니면 지속 가능한 시장으로 자리 잡을지에 관심을 두고 있다.
결국 AI 시대의 역설은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오프라인 경험의 가치가 재조명된다는 데 있다. 스크린 시간(screen time)을 줄이고 실제 모임과 촉각적 경험을 늘리려는 수요는 소비자 행동 연구에서도 꾸준히 관찰돼 왔다. 보드나 사이버덱처럼 작은 스타트업들이 이 수요를 포착해 성장할 수 있을지, 앞으로 벤처 투자 흐름 속에서 주목할 새로운 카테고리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