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설립된 AI 컴퓨팅 스타트업 언컨벤셔널 AI(Unconventional AI)가 창업 약 두 달 만인 12월 a16z(안드리슨호로위츠)와 라이트스피드 벤처 파트너스가 공동 주도한 시드 라운드에서 4억7500만 달러를 조달했다. 세쿼이아 캐피탈, 제프 베조스, 럭스캐피탈, DCVC, 데이터브릭스 등도 투자에 참여했으며, 이번 라운드에서 인정받은 기업 가치는 45억 달러에 달한다. AI 칩 분야 시드 투자로는 역대 최대 규모 중 하나로 평가된다.
회사가 풀고자 하는 문제는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다.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 나빈 라오(Navin Rao)는 현재 전 세계 전력 생산 용량이 약 9,000기가와트 수준인데, AI 컴퓨팅 확산으로 향후 10년간 수백 기가와트의 추가 전력이 필요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발전소를 의미 있게 증설하는 데만 20년 이상이 걸린다고 강조했다. 언컨벤셔널 AI의 접근법은 GPU(그래픽처리장치)를 포함한 기존 컴퓨터 설계의 근간인 폰 노이만 아키텍처, 즉 메모리에서 데이터를 꺼내 연산한 뒤 저장하는 구조 자체를 버리는 것이다. 대신 회로가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물리적 특성, 이른바 역동적 시스템(dynamical systems) 이론을 연산에 직접 활용하는 방식을 추구한다. 이 설계가 실현되면 현재 GPU 대비 에너지 효율을 1,000배 높일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주장이다.

라오는 인간의 뇌가 20와트의 전력만으로 고도의 추론을 수행하는 반면, 최첨단 AI 시스템은 메가와트 단위의 전력을 소비한다는 점을 공학적 비효율의 증거로 꼽는다. 뇌의 작동 방식이 초자연적인 것이 아니라 물리 법칙의 결과이므로, 실리콘에서도 유사한 원리를 구현할 수 있다는 논리다. 공동창업자진은 MIT 교수 마이클 카빈(Michael Carbin), 스탠퍼드대 교수 사라 아슈르(Sara Achour), 구글·퀄컴·인텔 출신 아날로그 회로 설계 전문가 미란 리(MeeLan Lee)로 구성돼 이론 연구자와 산업 엔지니어가 결합된 팀이다.
라오는 딥러닝 전용 칩 기업 너바나 시스템스(2016년 인텔에 약 4억 달러 매각)와 AI 모델 학습 플랫폼 모자이크ML(2023년 데이터브릭스에 13억 달러 매각)을 연속 창업한 경력을 갖고 있다. 칩 최적화에서 학습 효율화를 거쳐 컴퓨팅 패러다임 자체의 재설계로 이어지는 그의 행보는 매번 더 근본적인 문제를 향해 나아가는 궤적을 보여준다. 기술이 성공할 경우 로봇, 의료, 교육 등 비용 문제로 AI 도입이 제한됐던 분야의 전면 확산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